사회전체

[취재후 Talk] 기부자도 몰랐던 공익법인 회계…정의연 사태에 투명성 '나비효과'?

등록 2020.09.05 12:35

[취재후 Talk] 기부자도 몰랐던 공익법인 회계…정의연 사태에 투명성 '나비효과'?

/ 연합뉴스

"국세청 공시 서식은 비영리단체에서 적용해왔던 회계기준 및 내부적인 결산방법과 다르기 때문에, 국세청 공시자료를 작성할 때 일부 오류나 누락이 있었고, 이에 대하여 송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정의기억연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지난달 31일 2019년 회계연도분 공익법인 결산공시를 다시 올리면서 내놓은 해명입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회계부정 논란 4개월 만에 잘못된 공시를 바로잡았다는 겁니다.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최초 공시엔 없었던 8억1000만원이 포함되면서 출처 논란도 일었습니다.

■ 새로 생긴 8억1000만원?…"빠졌던 특별회계를 포함시킨 것"

재공시된 결산공시에는 유동자산이 10억3852만원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수정 전 공시와 비교했을 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700만원 정도 늘었고, 단기투자자산은 7억7930만원 정도 추가됐습니다.

이에 대해 정의연 관계자는 "정대협 측은 그동안 일반회계만 공시했는데, 국세청 공시 방법에 따라 특별회계를 포함하면서 이월 잔고가 증가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별회계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기금 7억7960만원 ▲퇴직금기금 2700여만원 ▲평화비기금 900여만원이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 금액을 더해보면 분명 8억1000만원 정도가 나옵니다. 

 

[취재후 Talk] 기부자도 몰랐던 공익법인 회계…정의연 사태에 투명성 '나비효과'?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 결산공시


■ '복식회계' 아닌 '단식회계' 따르는 정대협


구체적 내역 공개를 요청하자 "특별회계 역시 총회에 보고된 것으로 모든 회계자료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19 박물관기금'이라는 제목이 적힌 장부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기금의 쓰임새와 수입·지출 내역은 가렸지만 총 잔고는 7억7960만원으로 명기돼 있었습니다.

특별회계가 언제부터 무엇을 재원으로, 얼마 규모로 어떤 사업에 쓰였는지에 대해선 명쾌하게 설명해주진 않았습니다.

정의연 관계자는 다만 "정대협 역사가 30여년으로 오래됐고 회계자료 보존기한도 이미 지난 것이 대부분"이라며 "사람의 기억으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해당 기금에 대한 손익계산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대협은 복식회계가 아닌 단식회계를 따르기 때문에 손익계산서는 따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의연 측 설명입니다.

■ 기부자는 알기 힘든 공익법인의 세계

정의연·정대협 측의 회계공시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털었던 일반 소시민 입장에서 "국세청 공시 서식이 비영리단체에서 적용해왔던 회계기준 및 내부적인 결산방법과 다르다"는 설명이 얼마나 난해하게 다가올 지 말입니다.

'투명하다'는 것은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도 뚜렷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투명성은 기부금과 보조금을 받는 공익법인들이 나서서 홍보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정의연·정대협이나 일부 공익법인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많은 공익법인들이 부랴부랴 국세청에 재공시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정의연과 정대협이 불러 일으킨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중요한 시대적 역할을 맡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익법인의 투명성이 개선될 계기가 마련된 거니까요. / 정준영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