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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대통령의 언어

등록 2020.09.05 19:46

수정 2020.09.05 19:51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무명에 가깝던 에이브러햄 링컨을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만든 건 이 '분열의 집' 연설입니다. 노예제를 두고 북부와 남부가 극단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통합을 강조한 명연설로 그는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열었고 향후 노예제 폐지까지 이끌었습니다.

언어는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때에 맞는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해 위기를 돌파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주, 문재인 대통령이 SNS에 올린 간호사 격려글을 두고는 분열의 메시지다, 감사의 메시지다로 편이 갈라졌습니다.

김은혜 / 국민의힘 의원
"헌신한 의료진 그 짧은 세 음절마저 의사와 간호사 분열의 언어로 가르는 대통령. 그 다음은 또 누구를 적으로 돌리실 셈입니까?"

고민정 / 더불어민주당 의원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사안도 대통령께서 왜 이 시점에 간호사들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던졌는가.."

의사 파업이 벌어지던 시점에 던진 메시지였기에 간호사를 격려하는 의도로만 보긴 어려웠습니다. 또한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하는 상황'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 이러한 대조적 수식어들은 칭찬으로 포장된 비판으로 읽힐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황희 정승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황희가 소 2마리를 부리며 일하는 농부에게 누런 소와 검정 소 중 누가 일을 잘하는지 물었습니다. 농부는 짐승이라도 비교당하면 싫어한다며 귀에 대고 누런 소가 일을 잘한다고 소곤소곤 답했다죠. 농부는 칭찬을 하더라도 때와 상황을 가릴 줄 알았습니다.

어제 대통령은 의사들에 고마움을 전했습니다만 코로나 사태에서 국민만 보고 분투해온 의사와 간호사 모두 상처를 받은 뒤였습니다.

말 한마디는 무겁기가 천금 같고 한마디 말이 상하게 할 때는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 같다. 하물며, 국가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어떻겠습니까.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대통령의 언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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