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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등록 2020.09.07 21:52

수정 2020.09.07 21:59

'클리프행어' 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이 산악 액션영화부터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원래 연재소설이나 연속극 기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벼랑에 매달리듯 아슬아슬한 순간에 이야기를 멈춰, 다음 회를 안 보곤 못 배기게 만드는 것이지요. 클리프행어의 원조가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였습니다. 소설 하나를 매주 조금씩 발표해 궁금증을 한껏 키웠습니다. 그래서 뉴욕항에 영국 여객선이 닿을 때마다 군중이 나와 최신 스토리를 물어보곤 했는데, 슬픈 이야기면 부두가 울음바다가 됐다고 합니다. 이광수가 소설 '무정'을 연재할 때 여학생들의 애틋한 편지가 쏟아졌습니다. "영채가 버림받으면 안 된다"는 호소였지요.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때는 "경아를 더는 불쌍하게 만들지 말라"는 협박전화까지 걸려왔습니다. 소설이 지닌 허구의 힘입니다.

추미애 장관이 "소설 쓰시네" 라고 했던 아들 관련 의혹이 점입가경입니다. 군 관계자들의 새로운 증언과 주장이 고구마 캐듯 줄줄이 올라오고 있어서 연재소설이라도 보는 듯합니다. 다음에는 또 뭐가 나올지 흥미진진합니다. 세간의 관심을 더욱 키우는 것이, 추 장관이 했던 말 말 말의 행진입니다.

"외압을 쓸 이유도 없고요, 쓰지도 않았습니다…."

의혹 보도가 이어지자 검언유착 딱지까지 갖다 붙였습니다.

"정말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검찰이 지금이라도, 지금 당장 수사를 하세요"

그런데 웬일인지 관련 수사는 아홉 달째 소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전화를) 하겠습니까?" 

"하지만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와 통화했다"는 육성 증언이 공개된 뒤로는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소설을 쓰다'라는 관용구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지어내 말하거나 거짓말을 하다"는 뜻입니다. 추 장관의 '소설 쓰시네'가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형국입니다. 중진 소설가 이승우가 문학론에 붙인 이 제목을 떠올리게 됩니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추 장관은 아들 의혹 수사를 "아주 쉬운 수사" 라고 했습니다. 조사해도 별 게 없을 거란 뜻으로 한 말로 들립니다. 하지만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이번 수사를 아주 쉬운 수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만이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미적거리고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9월 7일 앵커의 시선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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