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카카오 들어오세요

등록 2020.09.09 21:50

수정 2020.09.09 21:57

한 젊은이가 국회 앞에서 외쳤습니다.

"국회의원 두 개에 십원! 두 개에 십원!"

4·19혁명 후 무능한 정치를 야유하러 나온 시인 신동엽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시도 울부짖듯 읊었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몇 년 전 국회 개혁촉구 서명운동을 시민단체들이 벌인 적이 있습니다.

국민이 맡긴 권력을, 정파의 이익과 사사로운 밥그릇 챙기는 데 휘두른다고 규탄했지요.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걸핏하면 민간 주체를 국회로 불러 호통치는 행태입니다. 영화 속 옛 군왕처럼 말입니다. 

"들라 하라" 

일본 현대문학의 아버지라는 나쓰메 소세키는 유력 정치인이 그를 부르자 이런 단시를 지어 거절했다는 일화를 남겼습니다.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측간에서 용무를 보느라 나갈 수 없노라."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을 듣다 보좌관과 나눈 휴대폰 문자대화가 볼만합니다.

주 원내대표 연설이 포털뉴스 메인에 떴다는 연락을 받고는 "카카오에게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지시합니다.

그는 포털 규제를 다루는 국회 과기정보방통위 소속입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힘든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지요.

윤 의원은 전날 이낙연 대표 연설과 비교해 항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이 해명 역시 번지수를 잘못 짚은 듯 합니다.

그는 신문 기자를 거쳐 공룡 포털로 불리는 네이버에서 뉴스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 수석으로 일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만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혹시 더 발끈한 건 아닌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뉴스 배치와 편집을 AI, 즉 인공지능이 하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윤 의원이 문제 삼은 이낙연 대표 연설 역시 메인페이지에 올랐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사실이 무엇이든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특권 의식이 다시 한번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낸 셈입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발부터 여론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경남 지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던 '드루킹 사건'의 법적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핵심 참모로 일하다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 뉴스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속마음을 갖고 있다면 저 같은 뉴스 종사자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생각이 가진 사람이 윤의원 하나 뿐이기를 바라겠습니다.

9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카카오 들어오세요'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