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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신종금융사기 엄단하겠다더니…125억원 사기 피고인 보석 뒤 잠적

등록 2020.09.10 13:08

[취재후 Talk] 신종금융사기 엄단하겠다더니…125억원 사기 피고인 보석 뒤 잠적

부실채권(NPL) 이용 경락대금 대출사기 사건 (서울남부지검 2018.4.9. 보도자료)

■ '신종금융사기' 기소는 떠들썩했지만 판결은 '감감무소식'

지난 2018년 4월 9일, '부동산 NPL(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이용한 100억원대 대출사기조직이 검거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졌다. 당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1부가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당은 NPL을 헐값에 사들인 뒤 부동산 경매(채권 추심 방법 중 하나)를 신청, 이 과정에서 2~8명의 '들러리 입찰자'를 내세워 가격을 띄운 후 '명의대여자'를 통해 부동산을 비싼 값에 사들였다.


이후 경락대금 명목으로 제2금융기관으로부터 낙찰가의 70~90%를 대출받아 나눠가졌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경락대금 대출 시 경락가·입찰인원·차순위입찰가가 주요 요소로 판단된다는 점을 노렸다.

피해금액만 검찰 추산 총 125억원. 당시 검찰은 "본건은 고수익을 노린 NPL 투자의 불법적 관행을 적발한 최초 사례"라며 일당 가운데 3명을 구속기소하고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관련 보도가 쏟아진지 오늘(10일)로 만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판결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재판기록을 확인해보니 1심 선고기일은 이미 두 차례나 열렸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보석보증금 1억원 내고 잠적한 핵심 피고인…10개월째 소재불명

1심 선고기일이던 2019년 11월 28일,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인 A씨는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A씨는 당초 구속된 3명 가운데 한 명으로, 검찰은 그를 NPL 대출사기 조직인 B사의 실질적 운영자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그해 12월 19일로 미뤄진 선고기일에도 불출석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에서 1심이 한창이던 2018년 9월 A씨가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달 20일 보석 신청을 인용했다. A씨는 1억원을 보석 보증금으로 내고 석방됐다.

기소 당시 A씨는 동종 전과로 실형을 선고받고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도주 우려가 높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법의 심판을 받는 대신 도망자의 삶을 선택했다.


■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데…

구속영장이 발부돼 지명수배가 진행 중이지만 A씨 행방은 10개월째 묘연하다. 이에 대해 남부지검 관계자에게 물었으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선 법원에 확인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편 남부지법은 검찰이 A씨의 신병을 확보해올 때까지 기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여러명일 경우 분리선고도 가능하지만 법원은 일괄선고를 하겠다며 선고기일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보석으로 석방된 피고인이 도주하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분리선고 없이 선고기일을 미루기만 하는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법원 선고가 늦어질 수록 피해자들과 다른 피고인들은 법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헌법 제27조 3항에 의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형사피고인게도 보장된다.

실제 지난 1월 재판부에는 분리선고 요청서를 비롯해 진정서와 탄원서가 제출됐다. 법원은 정의가 실기(失期)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검찰 또한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서 신종 금융사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엄단하겠다"고 한 말의 무게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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