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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둘로 갈라진 9·11…뉴욕서 동시 추모식

등록 2020.09.12 11:12

30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낳은 9·11 테러가 19주기를 맞았다. 9·11 테러 추모 행사가 11일(현지시간) 뉴욕,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워싱턴DC 인근 국방부(펜타곤)에서 열렸다.

대부분의 희생자가 집중된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의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은 쌍둥이 빌딩을 상징하는 푸른색 '애도의 빛' 두 줄기가 전날 밤 뉴욕 하늘에 쏘아졌다.

앞서 9·11 추모박물관 측은 군중을 모이게 해 코로나19를 퍼뜨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애도의 빛' 발사를 취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반발해, 결정을 번복하고 전야부터 이날 밤까지 광선을 쏘기로 했다.

이번 9·11 추모식은 더 많은 인명을 앗아간 코로나19의 여파로 더욱 침울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로 뉴욕시에서만 2만3000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는 19년 전 테러로 뉴욕시에서 숨진 2700명의 8.5배가 넘는다.

코로나19는 미국인들이 9·11을 추모하는 방식도 바꿔놨다.

앞서 지난 추모식에서는 유족들이 직접 돌아가며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애도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뉴욕 로어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진행된 공식 추모식에서는 미리 녹음한 음성을 틀어 희생자의 이름만 차례로 호명했다.

또 유족들은 서로를 안아주는 대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를 대신한 뒤 차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해 팔꿈치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9·11 추모식에서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연설을 하지 못하게 하는 원칙에 따라 묵념만 했다.

일부 유족은 공식 추모식과 별도로 그라운드 제로에서 몇 블록 떨어진 주코티공원에서 별도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

테러 당시 출동했다가 숨진 소방관들을 기리는 한 단체가 주최한 별도 추모식 역시 마스크 착용과 6피트 거리두기 규정을 적용했다.

미 국방부 추모 행사는 아예 유족들을 초대하지 않았고, 대신 행사 후 별도로 추모관을 방문할 수 있게 허용했다. / 송무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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