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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불환빈(不患貧) 환불균(患不均)

등록 2020.09.12 19:43

수정 2020.09.12 19:53

두 원숭이에게 돌멩이를 주워오는 일을 똑같이 시켰습니다. 그 댓가로 왼쪽 원숭이에겐 오이를 주고 오른쪽 원숭이에겐 달콤한 포도를 줬더니, 왼쪽 원숭이가 오이를 집어 던지고 바닥까지 쾅쾅 내리치며 화를 냅니다.

동물도 불공정함을 느끼면 분노하고 보상마저 거부한다는 걸 보여준 유명한 실험입니다. 연구팀은 불공정에 대한 인간의 감정적 반응, '분노'는 '본능'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공식 석상에서 두 번씩 언급하며 공정을 강조한 사람이 있습니다.

추미애 / 당시 민주당 대표 (신년사 2018년 1월 16일)
"논어와 목민심서에서 불환빈(不患貧) 환불균(患不均), 백성은 배고픔보다 불공정한 것에 더 분노한다고 했습니다."

추미애 / 당시 장관 후보자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
"불환빈 환불균이라는 논어의 구절처럼 국민들은 배고픔보다 불공정한 것에 더 큰 분노를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추 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에 불공정함을 느낀 젊은 층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 군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가 남긴 이 글귀에선 애통을 넘어 울분이 느껴집니다. 앞에서 공정을 외치면서 뒤로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엄마 찬스를 쓴 건 아닌지, 국민들은 묻고 있는 겁니다.

아들 서 씨가 카투사에 복무했을 당시 부대 최고 책임자는 "용산배치 여부를 물어왔다" "통역병으로 뽑아달라"는 부탁이 여러번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런 행위들이 불공정인걸 몰랐다면 특권 의식에 젖었던 것이고 알았는데도 지금와서 부인한다면 몰염치한 게 아닐까요.

권력의 권(權)은 권세 권, 저울 권이라고도 합니다. 나무 목과 황새 관이 합쳐진 글자로, 황새가 나뭇가지 위에 균형을 잡고 서 있는 모습에서 만들어져 저울의 의미로 확장됐다고 해석합니다.

권력은 균형을 유지하고 기울어진 저울 추를 바로 잡는데 사용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장난 저울을 바로잡아야 할 전현직 법무 장관마저도 불공정 논란으로 얼룩져있으니,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불환빈 환불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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