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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국방부의 '서일병 구하기'

등록 2020.09.13 19:45

수정 2020.09.13 19:50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부하가 몇이나 죽은 줄 알아? 94명이야" "그런데 이번엔 한명을 구하는 거예요"

"라이언이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야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2차대전에 참전한 사형제 중 홀로 살아남은 막내, 라이언을 살리기 위해 8명의 전우들이 사투를 벌이는 영화입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 몫까지 잘 살라"는 지휘관, 그리고 그의 무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한 라이언의 고백에서, 관객들은 한 명의 군인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게 국방의 기본이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요즘 우리 국방부도 영화 같은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은 서일병 구하기라고 할까요.


유례를 찾기 힘든 23일의 휴가. 의료기록도 내지 않고 전화 한통으로 병가를 연장했습니다.


당시 여당 대표였던 추미애 장관의 보좌관들은 "용산 배치가 가능하냐"고 물었고, "통역병으로 뽑아달라"고 청탁까지 했다는 폭로도 나왔죠.

국방부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며칠전에서야 특혜도 아니고 문제도 없다는 식의 공식입장을 냈습니다 추미애 장관 엄호에 여념이 없는 여당 인사들과 사전에 당정협의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런 영화같은 장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떤 감정일까요?


국방부 민원실에 병사들의 조롱성 민원전화가 쇄도한 것도 분노 때문이었을 겁니다. 국방부가 60만 병사의 사기보다 서일병 심기를 살핀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장군 출신의 야당 의원은 무너진 군 기강을 어떻게 책임질 거냐며 국방부를 원망합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11일, 원내대책회의)
"앞으로 예하 지휘관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이제 부모들이 수없이 전화로 휴가연장을 신청하고 또 번복한다면 무엇으로 감당할 것입니까."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 증언대에는 현역 육군 중령이 섰습니다. 그가 자신의 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맞선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SYNC/ 빈드먼 중령 (2019년 11월)
"오늘 내가 입은 건 미 육군의 제복입니다. 우리 군인들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가에 봉사합니다“

지금 우리 군에는 이런 결기와 사명감을 가진 군인이 왜 보이지 않는 걸까요.

그나마 추 장관 측의 청탁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실명으로 청탁 사실을 폭로한 이철원 예비역 대령과 그에 앞서 편법휴가 의혹을 처음 증언한 당직사병이 군인정신이 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국민은 국방부에게 존재 이유를 묻고 있습니다. 나라를 지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권을 지키려는 것인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국방부의 '서일병 구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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