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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폭행 무혐의라도 허위 입증 안되면 무고 안돼"

등록 2020.09.17 14:11

성폭행 고소 관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도 고소 내용이 허위라는 적극적인 증명이 없다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17일 나왔다.

대법원 2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박사 논문 지도교수였던 B씨에게 14회에 걸쳐 성폭행과 그루밍 수법으로 간음을 당했다며 2016년 B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B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고, B씨는 A씨를 무고 혐의로 역고소했다.

1심은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고, 성범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조사 과정에서 일부 말을 바꾸고, 성폭행 주장 시기 뒤에도 B씨에게 친근한 문자를 보내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또 B씨의 배우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피하기 위해 A씨가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형량이 징역 1년으로 늘었다. 무고로 B씨에게 매우 큰 법적 위험이 발생했지만, A씨가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도리어 언론을 활용해 추가적인 피해를 입혔다며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내세웠던 근거 자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는 이상, 허위 고소라고 단정하긴 어렵고, A씨가 자유로운 의사 또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제압된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따라서 A씨의 고소에 나름의 진실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고소 자체를 허위라고 단정해 무고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대법은 판결했다. / 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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