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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120년전 덕수궁 건물, 철근·시멘트로 재건…괜찮나

등록 2020.09.17 21:35

수정 2020.09.17 21:42

[앵커]
1930년대 일제가 철거한 덕수궁 내 돈덕전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내 중심에 자리해 순종 즉위식이 열리기도 했던 곳인데, 내년을 목표로 재건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 돈덕전이 철골과 시멘트를 이용해 최신식으로 지어지고 있어 논란입니다. 당시 건물에 대한 근거 자료가 부족해 '복원'이 아닌 '재건을 하고 있다는게 당국의 입장인데,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혁수 기자 리포트 보시면서 판단해보시죠.

 

[리포트]
덕수궁 돌담길 너머 공사 중인 한 건물. 웅장한 철골 기둥과 첨탑에 내부 계단과 지붕까지. 모두 철골로 기초공사가 되어있습니다.

바닥에는 철근과 시멘트 등 자재가 보입니다. 도심 빌딩 공사 현장처럼 보이지만 덕수궁 돈덕전 재건 현장입니다.

순종황제 즉위식이 거행되는 등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건물입니다. 

1902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돈덕전은 외국 사신을 맞는 접견소나 연회장으로 사용됐습니다.

1933년 일제가 덕수궁을 공원화 하면서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재청이 지난해부터 재건 중입니다.

그런데 재건에 참고할 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 당시 설계도면은 없고 간가도라는 한 개 층 실내 배치도와 외경 사진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돈덕전 재건 공사 관계자
"아예 저희같이 (자료가) 없으면 새로 짓든가, 내부같은 경우 자료가 나오면 가변성을 주기 위해 (철골을 사용…)."

설계에서 자재까지 모두 최신식으로 하는 셈입니다. 문화재청은 원래대로 만드는 복원이 아니라 재건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

김태영 / 문화재청 복원정비과 사무관
"내부 평면에 대해서는 자료가 극히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는 공간이 많습니다. 효율적으로 국민들한테 알릴 수 있다고 한다면 가치 여부를 떠나서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100년 넘은 석조건물의 현대식 복원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강재현 / 서울시 연희동
"남은 후대의 사람들이 봤을 때 크게 좋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서진 / 서울시 화곡동
"건물이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콘크리트로 만들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최종덕 /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없어진 건물을 짓고 안 짓고 하는 것은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가치관, 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공감대, 그게 중요한 것이지…."

재건한 돈덕전은 원래 용도와 달리 전시관이 될 예정입니다.

돈덕전 재건 사업이 이름과 겉모양만 되살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장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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