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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안중근이 왜 거기서

등록 2020.09.17 21:50

수정 2020.09.17 22:33

가을까지 우리 곁에 머무는 새, 제비와 꾀꼬리의 고운 울음부터 들어보시지요.

조선시대 문인 유몽인에게 중국 학자가 물었습니다.

"조선사람은 어떤 경서를 읽습니까."

유몽인이 답했습니다.

"조선에서는 심지어 제비도 논어를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라고 읊지요."

제비의 지저귐을 닮은 이 공자 말씀은 말에 관한 명언입니다. '지지위지지,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부지위부지, 즉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 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몽인은 꾀꼬리도 장자를 읽는다고 했습니다.

"이지유 지지비지, 불약 이비지 유지지비지."

'엄지가 손가락이 아니라는 말은, 엄지 아닌 것은 손가락 아니라는 말만 못하다'는 뜻이지요. 무턱대고 우기기부터 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을 경구입니다.

여당 원내대변인이 추미애 장관 아들을 이렇게 칭송했습니다. "나라 위해 몸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 말씀을 몸소 실천했다"고 말입니다. 듣는 사람의 손발이 다 오글거릴 지경인데 여당 대변인이 어떻게 이런 논평을 쓸 생각을 했는지 기가 막힐 뿐입니다.

천안함, 연평도에서 스러진 장병들의 부모가 듣는다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지요. 안씨 종친회에서는 안 의사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통곡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뒤늦게 이 말을 거둬들이면서 "유감을 표한다"고 한 것 역시, 뜻을 제대로 안다면 감히 할 말이 아닙니다. 유감이란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다'는 다분히 외교적인 수사입니다. 민족 영웅을 모독해 놓고 섭섭하다는 말로 때울 수는 결코 없습니다.

추 장관은 줄곧 "군대를 안 가도 되는 아들이 어머니 때문에 갔다'는 논리로 본질을 비껴 갔습니다. 여권의 칭송 역시 이 논리와 연장선에 있지요. 더 나아가 그깟 휴가가 뭔 대수냐고 억울해합니다.

그런데 정작 국방장관 후보자는 "면제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갈만해서 갔다는 것이고 면제 판정을 받았다면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곳이 요즘 군대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원내대표까지 지낸 여당의 3선 의원은 "쿠데타 세력이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한다"고 했습니다. 무조건 우기다가 더이상 할 말이 없으면 사람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여기서 안중근 의사가 왜 나오고 쿠데타는 또 무슨 얘기입니까? 윤미향 사태는 친일 세력의 준동이고 추미애 사태는 쿠데타 세력의 발호라고 몰아붙이면 또 다시 국민들이 그렇게 믿어 줄거라 생각하시는지요? 국민들은 이런 류의 저급한 선전 선동이 아닌 진실을 알고 싶어합니다. 정치권도 국방부도 검찰도 이제 행동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9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안중근이 왜 거기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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