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9

성폭행 피해자에 "왜 새벽 운전해서"…파키스탄 여성들 분노

등록 2020.09.21 21:45

수정 2020.09.21 21:49

[앵커]
여성 인권이 낮기로 악명높은 파키스탄에서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두고, 경찰 수뇌부가 사건 책임을 여성에 돌리는 발언을 하자 분노한 건데요. 해당 시위는 점차 파키스탄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요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유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백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멈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합니다. 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 가해자 엄벌을 외칩니다.

지난 9일 자녀 둘을 태우고 운전하던 여성이 연료가 떨어져 고속도로 순찰대에 도움을 요청한 사이, 남성 2명이 차 유리를 부수고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문제는 경찰청장이 "피해 여성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커졌습니다.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운전한 것이 잘못"이라며 "출발 전 왜 연료 점검을 하지 않았느냐"고 피해자를 탓했습니다.

시위 참가자
"경찰청장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밤에 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파키스탄 총리가 성폭행범의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긴 역부족입니다.

시위 참가자
"성폭행 피해자 관련 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여성을 보호한다는 법이 피해자를 전혀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선 정절을 지키지 않은 가족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으로 해마다 1000명 이상의 여성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TV조선 이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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