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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네 발밑부터 살펴라

등록 2020.09.22 21:51

영웅 아닌 영웅이 펼치는 현대판 우화지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는 무작정 달립니다. 사람들은 그를 선지자로 받들며 심오한 말을 얻어들으려고 따라다닙니다. 

"저런, 자네 재수없게 개X 밟았어!"
"X은 밟게 마련이지요."

사내는 검프의 한마디를 자동차 범퍼 스티커로 만들어 대박을 터뜨립니다.

동해 절벽, 낙산사 홍련암 가는 길가에 팻말이 있습니다.

"발밑을 잘 살펴 가십시오.…"

그 '조고각하' 넉 자는 "너의 다리 아래 허물부터 비추어 살펴라"는 수행 화두입니다. 이 경구는 법당 문, 선방 툇마루에도 붙어 있곤 합니다. 고무신을 섬돌에 가지런히 벗어놓으라는 얘기지요. 신발 하나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며 몸가짐을 가다듬는 청정한 마음이 코로나를 물리친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얀 고무신을 두 자로 줄이면 '백신'이니까 말이지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과 가족이 대주주로 지배하는 건설사들이 지난 5년 국토부 산하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박 의원은 국회 국토위에서 활동하면서 국토부 기관들을 감사해왔고, 20대 국회 하반기엔 야당 간사도 맡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박 의원은 "백퍼센트 공개 입찰이었다"고 반박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의혹이 다 가라앉지는 않을 겁니다. 박 의원이 공사 수주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는지는 고발을 접수한 수사당국이 밝혀낼 일입니다. 국민의힘도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만 시간 끌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미향 김홍걸 이상직 민주당 의원 논란 때 국민의 힘이 했던 말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초에 건설회사 관련 의원을 국토위에 배정한 것부터가 온당한 일이라고 할 수 없지요.

근래 우리 사회에는 권력과 공직을 기득권 유지수단으로 보는 냉소가 번지고 있습니다. 여당에 얽힌 권력형 의혹들은 서릿발같이 추궁하면서, 자기 발밑 허물에는 멈칫거린다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금 국민의 힘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는 누가 봐도 불 보듯 환합니다. 댓돌에 흰 고무신을 정돈하듯, 자기를 정리하는 백신부터 맞고 바로서야 비로소 공정과 정의를 외칠 수 있을 겁니다.

9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네 발밑부터 살펴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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