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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낙연 대표의 우아함

등록 2020.09.24 21:51

수정 2020.09.24 21:57

 두 차례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유난히 열성적입니다. 상대 진영에 인신공격과 욕설 문자를 퍼붓곤 했지요.

그러자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샌더스가 선언했습니다.

"추악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과 의절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때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

신년회견 때는 또 이렇게 말했지요.

"담담하게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총리 시절 이 한 마디로 국회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저 또한 비문이었습니다…"

질문을 되받아치면서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네 생각이 뭐냐고 하문하셔서 저의 졸렬한 생각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는 지적에는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제 (답변) 방식은 제가 오랫동안 그려왔던 정치언어의 한 부분입니다."

이낙연 대표가 취임 후 첫 토론회에서 강성 친문 지지층을 가리켜 "매우 상식적인 분들이며 당의 에너지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4차 추경에 반대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민주당 비례정당 소속으로 당선돼놓고 반대한다"며 "저 정신 나간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지휘했던 이해찬 전 대표까지 천한 욕설로 비하했습니다.

이것이 어찌 "상식적"이고 민주당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칼럼니스트는 "예를 갖춰 싸우는 우아한 전투력"이 이 대표의 매력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갈등상황을 책임지고 돌파하는 정치력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지요.

민주당 열렬 지지층에 대한 어제 답변 역시 이 두 가지 평가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본인 스스로 한 말 역시 이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심에 거스르기만 하면 국민에 의해 망할 것이고, 민심에 따르기만 하면 국민과 함께 망할 것입니다"

정치인에게 품위는 너무나 당연한 덕목이지만 그것만이어서는 곤란합니다. 때로는 지지자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비판받고, 그 비판을 극복하는 과정이 큰 정치인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정치인 이낙연의 앞에는 지금 크나큰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상식과 이성일 겁니다. 

샌더스와 경쟁했던 워런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지지자들에 책임이 있으며 (지지자들이) 더 나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리더십이란 그런 겁니다."

9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이낙연 대표의 우아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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