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軍 발표와 北 통지문, 내용 왜 달랐나

등록 2020.09.25 21:36

수정 2020.09.25 21:46

[앵커]
북한의 통지문을 요약하면 "미안하긴 한데, 원칙대로 대응했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군의 발표내용과 차이가 많아서 의아한 점이 많은데, 차정승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군은 감청을 비롯해서 여러 첩보를 역추적해 이번 사건을 파악했다고 했는데, 왜 북한 통지문과 차이가 있는 건가요?

[기자]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은 한마디로 북한의 입장에서 취사 선택된 정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군은 A씨를 "실종자"로 표현했는데, 북한은 "불법 침입자"라고 했습니다. 사건 경위도 A씨가 처음에 답도 안 하고 얼버무리다 공탄을 쏘니 도주할 거 같아서 총을 쐈다.. 마치 침입자에게 즉각적인 자위권을 발동한 것처럼 기술해놨습니다.

[앵커]
우리군은 북한군이 A씨를 발견하고 6시간후에 사격을 가했다고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북한은 부분적으로만 언급하고 있죠?

[기자]
우리군은 그 6시간동안 북한이 월북 등 표류 경위를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린 뒤 총격을 가하고, 불태우기까지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북한의 발표에는 월북 내용이 전혀 없었고, 현장 지휘관이 규정에 따라 대응했다고 적시했습니다. 6시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앵커]
차 기자도 방금 언급했지만, 북한은 현장 지휘관 판단이라고 했는데, 우리군은 상부 지시를 받고 사살한 거라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네. 군은 국회 비공개회의에서 북한 해군사령관의 지시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군이 파악할 수 있는 단계가 해군사령부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평양 지도부, 그러니까 김정은이나 김여정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해당 수역 경비담당 군부대 선박에 탑승한 정장, 그러니까 현장 지휘관의 결심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앵커]
북한은 총격 이후 부유물에 다량 혈흔은 있었지만 시신은 없었다, 우리가 태운 건 시신이 아닌 부유물이다, 이 부분도 우리 군과는 다른 주장인데,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이 혈흔을 보고 북한도 A씨가 사살됐구나.. 추정하는 만큼, 부유물에는 사람이 사망했을 정도의 많은 피가 있었을 걸로 보입니다. 10여발의 총탄을 명중시켰다면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던 A씨가 바다에 떨어졌을 확률은 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수면 아래로 내려가진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특히 분개하는 점은 바로 시신을 불태웠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시신까지 무자비하게 불태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신이 없었다고 하는 건 아닌지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 군은 A씨가 월북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은 걸로 분석하고 있는데, 월북이냐 아니냐는 결국 이번 사건을 규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 아닙니까?

[기자]
네, 합참은 어제 브리핑에서 구명조끼를 따로 가져온 점, 신발을 버려두고 소형 부유물까지 탔다는 점에서 월북의사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사실 군의 발표 외에 확인해볼 정보가 없으니, 국민들로서는 이번 사태 파악에 '월북'이 뇌리에 강하게 자리잡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반대로 단순 실족이었고 우리 국민이 북한까지 떠내려 간 거라면 얘기는 크게 달라집니다. 해군의 경계에도 책임이 있고요, 어업지도선의 인원 관리에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앞서 보신대로 월북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북한이 오늘 이례적으로 서둘러 사과한 건, 국제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를 줄여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북한은 코로나에 최악의 식량난, 풀릴지 모르는 대북 제재에, 최근 수해 피해까지 겹치면서 김정은 리더십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총격 피격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고, 만약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제재완화는 고사하고 추가제제를 받을 수도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수습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앵커]
네, 차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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