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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국 내 탈북자에게 전화로 "탈북자 정보 넘겨라"…'월북 시도' 탈북자 집행유예

등록 2020.09.28 17:35

북한 보위부로부터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신변을 협박당한 일을 시작으로, 탈북자 정보를 요구받는 등 보위부원과 5년여 간 연락을 주고받다가 월북을 시도한 탈북자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부장판사 송승훈)은 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잠입·탈출)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북한에서 태어난 탈북민 A씨는 생활고를 겪다 지난 2011년 중국과 동남아국들을 통해 탈북해 국내에 정착했다.

그런데 2년 뒤인 2013년 7월, 자신의 한국 휴대전화 연락처를 입수한 북한 보위부원에게서 버젓이 연락이 왔다.

북한 보위부원은 전화로 "가족이 무사하려면 북한으로 돌아오라"며 A씨를 협박했다.

이 보위부원은 또 A씨에게 다른 탈북자들의 전화번호 등 신상 정보, 한국의 대기업 검색자료 같은 정보를 넘기라고도 요구했다.

A씨는 한국에서 번 돈 일부를 북측 송금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된 보위부원이 '송금 브로커를 검거하는 데 협조하라'고 지시해 A씨가 여기 응하기도 했다.

북한 보위부원은 "(남한에서 번 돈) 송금 중개는 북한 체제에 반하는 것"이라며 "돈을 주겠다고 하면서 (송금 브로커와) 길게 통화하고 있으면 그때 (내가) 처리하죠"라고 협박했다.

보위부원과 계속 소통을 하던 A씨는 다시 북한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게됐고, 방법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보위부원은 "2시간이면 만나게 된다, 작년 OO씨도 그렇게 헐하게 왔다"고 말하며 A씨를 안심시켰다.

월북 과정에서 일이 생기면 '북한 대사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준비했다.

이후 2018년 3월, A씨는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8천100만원과 자신이 한국에서 모은 600만원을 챙겨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려 시도했다.

중국 접경지역 한 호텔까지 도착한 그에게, 보위부에서 갑자기 '충성금액'으로 8천만원 모두를 요구했다.

A씨는 당초 3천만원은 북한 정착자금으로 사용하고, 5천만원만 당에 바치려고 생각했었다.

보위부의 요구에 A씨는 마음을 바꿨고,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A씨를 내사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부는 이런 일들에 대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통신하고 북한으로 탈출을 예비했는데, 이 같은 행위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며 유죄로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협박성 회유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끼친 실질적 해악이 아주 큰 것으로 보이지 않고 탈출 시도에 그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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