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코로나 추석

등록 2020.09.29 21:52

수정 2020.09.29 22:04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어린 정동원군이 부른 사모곡입니다.

시인은 몸져누운 어머니 생각에 새벽잠을 설칩니다. 어릴 적 아들 눈에 검불이 들어가면 어머니는 찬물로 입부터 헹구곤 하셨습니다.

"내 눈동자를, 내 혼을, 가장 부드러운 살로, 혀로 핥아주시던 당신."

개조개가 껍데기를 살짝 열어, 물 뿜는 수관을 내밀었습니다. 시인은,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내밀었다는 맨발을 떠올립니다. 개조개의 맨발은, 자식들 벌어먹이느라 평생 험한 길바닥 헤매는 아버지의 발이기도 합니다.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그런 부모님들이 올 추석엔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그 애틋한 코로나시대 자식 사랑을 달콤쌉싸름한 미소로 바꿔놓은 것이 바로 이 플래카드입니다. '불효자는 옵니다' 정선군 면사무소 직원이 정동원군의 '불효자는 웁니다'를 듣고 절묘하게 한 글자를 비틀었습니다.

경북 의성의 부모님들은 구수한 영상편지를 띄웠습니다.

"너거꺼정 쉬이… 꼼짝하지 말고 가마이 들어앉았고."
"추석 때 사람 많이 다닐 때 오지 말고.. 며늘아 사랑한다."

칠곡 어느 댁 종손은 친척들에게 추석 제례에 오지 마시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래도 오는 분께는 음식상 대신 이 '음복 도시락'을 드린다고 합니다.

내일부터 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미 지난 주말부터 김포공항 제주공항이 북새통입니다. 강원도 숙박 예약률은 백 퍼센트 가깝고, 제주에만 30만 명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오지 마시라. 후회하신다"는 제주 지사의 문전박대도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관광휴양지도 부모가 사시는, 누군가의 고향입니다.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5월 연휴에 두 배 반, 임시공휴일까지 만든 광복절 연휴엔 네 배나 뛰었습니다. 자식 손주 보고픈 마음 애써 누르고 오지 말랬더니, 추석 바캉스, 이른바 추캉스 행렬을 보는 부모님들은 또 걱정부터 앞섭니다.

시인 어릴 적, 어머니가 아픈 아들 다독이며 불러주시던 노래로 돌아갑니다.

"꽃으로 잎으로 살아라. 코앞만 보지 말고, 먼 산 보듯 먼 길을 가듯 살아라."

9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코로나 추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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