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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이랜드, 또 중소기업 '베끼기' 논란…"운동화 핵심기술 도용"

등록 2020.09.30 21:35

수정 2020.09.30 21:37

[앵커]
국내 한 대기업이 수제화를 만드는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우리 핵심기술뿐 아니라 생산 라인에, 마케팅 방법까지 따라했다'는 주장인데요. 문제의 대기업이 과거에도 디자인 표절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어 상습적이라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탐사대, 김하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내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입니다. 신발 전문 신생회사가 4월 가죽 스니커즈 펀딩으로 18억 원대 매출을 올려 소위 '히트'를 쳤습니다.

그런데 4개월 뒤 대기업 이랜드가 거의 비슷한 제품을 만들겠다며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올려놓은 제품 사진부터 상품 구성, 홍보 방법까지 비슷합니다. 해외 주문 생산을 한다는데 이탈리아 현지 수제화 장인들까지 같은 사람입니다.

성율덕 / 스타트업 대표
"고객들도 연락이 와서 '이거 뭐냐, 또 펀딩하는거냐'.. 두 개의 펀딩 페이지만 봐도 헷갈린다는 거죠."

이랜드 측은 제품 구성과 디자인 등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측 조언을 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한성진 / 이랜드 본부장
"(홈페이지)스토리를 작성할 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PD와 함께 공동창작을 해서 모든 부분 협의를 해서 진행을 하고.."

더욱이 이랜드는 이 신생회사의 핵심기술인 라스트, 즉 신발 골까지 베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신발골은 신발 디자인과 착화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신생업체는 3년 동안 1억3000만 원을 들여 한국인 800여 명의 발을 분석한 뒤 독자 신발골을 개발했습니다.

성율덕
"고객 클레임(불만)과 직원들의 착화감을 비교해가면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이탈리아에 수십 번 가서 라스트에 대해서 피드백하고"

이랜드 홍보사진 속 라스트는 신생업체와 일련번호까지 똑같은 상황.

"똑같네."

유홍식 / 국내 수제화 명장 1호
"(라스트)번호가 똑같으면 그 집 것을 갖다가 카피(복사)했다는 것이 딱 증거가 되잖아요. 상도덕적으로 굉장히 잘못된 거죠."

이랜드 측은 홍보 사진엔 상용화된 신발골이 올라와있지만 실제 판매 제품엔 다른 신발골을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한성진 / 이랜드 본부장
"해당 스니커즈와 동일 형태는 2015년부터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라스트를 도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하지만 신생업체 측은 이랜드가 다른 상품 협조를 문의해 도와줬는데 오히려 같은 공장에서 만든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고 주장합니다.

성율덕
"대기업이고 자본과 인력과 인프라가 있으니까 지금 나서지 않으면 1~3년 뒤에 저희가 오히려 짝퉁(가짜)처럼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

이전에도 몇 차례 중소기업 기술과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휩싸였던 이랜드는 자체 방지 대책까지 내놨지만 또 다시 베끼기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소비자탐사대 김하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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