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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추방당하자 이름 바꿔 귀화…법원 "귀화 취소 적법"

등록 2020.10.01 13:34

가정폭력으로 국내에서 추방당했다가 이름을 바꿔 귀화한 외국인의 귀화 취소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외국인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 허가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무부장관은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귀화 허가에 대한 재량권이 있고, 허가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일정한 제한 하에 이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귀화 허가가 취소되면 원고는 대한민국 국적을 잃어 국내 체류가 어려워지고, 종전의 생활관계가 단절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이 예상되지만, 국적 취득의 적법성 확보는 국가 질서 유지의 근간인만큼 귀화 허가 취소로 침해되는 원고의 법적 신뢰보다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A씨는 1994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뒤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지만 2년 만에 이혼했다.

A씨는 1999년 아내와 딸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A씨를 국내에서 추방했다.

또 5년간의 입국 금지를 명령했다.

A씨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다른 이름과 생년월일로 여권을 발급받았고, 추방된 해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2002년 또 다른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그로부터 4년 뒤 혼인 귀화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2015년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신분을 바꿔 귀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국이 A씨의 지문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추방당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법무부는 "A씨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며 귀화 허가를 취소했다.

A씨 측은 귀화가 허가될 당시 법에는 귀화 허가 취소 또는 취소 사유에 대한 규정이 없었고 근거 법령이 신설됐다는 이유로 소급적용 하는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고, "파키스탄에서 적법하게 개명 절차를 밟았고, 잘못된 출생일을 정정해 새 여권을 발급받았을 뿐"이라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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