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누구나 늙어간다

등록 2020.10.02 19:50

수정 2020.10.02 19:57

사이코 살인마를 그린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는 다양한 노인이 등장합니다. 살인마를 쫓는 보안관을 비롯해 노인들은 친절하고 현명합니다. 하지만 늙고 무기력합니다. 난해한 영화 제목은 예이츠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그 의미는, 늙은 삼촌이 보안관에게 해주는 이 말에 담겨 있습니다.

"세월은 막을 수 없어. 너를 기다려주지도 않을 거고, 그게 바로 허무야."

영국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도 늙어간다는 것, 그 두려움과 외로움을 말합니다.

"휴가는 누구하고 가냐고, 아무도 없어."

명시 ‘꽃’의 시인이 비 오는 저녁 아내를 찾습니다. "이 사람이 왜 갑자기 말이 없나.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혹시나 하고 밖을 내다본다. 나는 풀이 죽는다." 시인이 팔순에 아내를 앞세우고 나서 읊조린 시입니다.

예년 같았으면 오늘 여기저기서 다채로운 노인 잔치가 열렸을 날입니다. 훈장과 표창을 드리고 공연과 체육대회, 모델 선발대회도 벌어졌을 겁니다. 추석 연휴여서 더욱 훈훈하고 흥겨웠겠지요. 오늘은 24년째 맞는 법정기념일 노인의 날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경로당부터 문을 닫은 지가 오래됐습니다. 노인들이 모여 음식을 함께 들며 담소하는 행사는 꿈도 못 꿉니다. 가뜩이나 쓸쓸한 추석에 맞은 노인의 날이 더욱 외롭고 스산합니다. 평소에도 노인들은 넷 중에 한 분이 혼자서 하루 세 끼를 든다고 합니다. 노인에게 무서운 것은 몸보다 마음의 병, 외로움입니다. 

얼마 전 일흔다섯 살 영국 물리학자가 아내를 잃은 뒤 "고문 같은 적막 속에 산다"고 하소연하는 광고를 냈습니다. 그러자 이웃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연락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외로움 담당 장관까지 둔 영국이 이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노인이 외로움을 혼자 삭이고 있을까요.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말했지요. "주름살은 미소가 머물다 간 자리일 뿐"이라고. 지금 우리 사는 곳은 과연 노인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나라인지 되묻게 되는 오늘 노인의 날입니다.

10월 2일 앵커의 시선은 '누구나 늙어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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