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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광장으로 나가 설득하겠다

등록 2020.10.04 19:44

수정 2020.10.04 19:52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집에만 있어라."

이번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청에 내걸렸던 현수막입니다.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이렇게 굴절됐듯 코로나의 공포는 명절의 설레는 마음까지 앗아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올해 올해 추석이 유난히 힘겨웠던 건 전염병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연휴 끝자락인 어제 서울시청의 현수막 앞엔 거대한 4km의 차벽이 세워졌습니다. 일부 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한 방역차원이라고 하지만, 2020년 대한민국의 추석은 이 장면으로 더 황량해졌습니다. 같은 시각, 서울 근교의 놀이공원은 이렇게 차들로 빽빽했다니 말 그대로 웃픈 광경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차벽을 과거 명박산성에 빗대 '재인산성'이라고 불렀습니다. 1980년대 계엄령을 연상시켰다는 이 차단벽, 촛불정신으로 탄생했다는 이 정부의 일그러진 권위주의 상징물로 여겨지진 않을 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은 반드시 따라야 하지만, 그 방역 기준에 맞춰 진행하겠다는 자동차 집회까지 불허한 게 헌법 가치에 비춰 과연 옳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방역을 허문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뭐였을까요. 북한군의 총격으로 우리 국민이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슬픔과 비통함, 여기에 더해 추미애 장관의 적반하장식 주장까지 나오면서 적지않은 국민들은 외마디라도 외치고 싶었던 게 아닐지.

나흘 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TV에 출연했다는 가수 나훈아씨는 가황의 존재감과 함께 의미 있는 말들을 남겼습니다. 그 말들이 그토록 세간의 화제가 된 이유는 뭐 였을까요.

그동안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이가 이렇게 없었나, 어쩌면 국민들이 바란 건 이렇게 작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위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거 문 대통령은, "퇴진을 요구받는다면 광장으로 나가 설득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 2017년 2월 SBS 국민연설
"광화문 광장에 나가겠습니다. 그래서 시민들 앞에 서서 말하자면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던 그 다짐 뒤로, 차디찬 차벽만 남은 지금, 우리는 구성진 트로트 한 자락, 가수의 한마디에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광장으로 나가 설득하겠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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