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리는 방탄의원단

등록 2020.10.08 21:51

수정 2020.10.08 21:58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빠짐없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한, 유일한 가수입니다.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빼어난 배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까탈스럽고 거만해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지요.

한 사진작가가 캘리포니아 해안을 항공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스트라이샌드가 자기 저택이 사진에 공개됐다며 삭제를 요구하는 거액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한 달 사이 40만명이 찾아보게 됐지요.

진실을 숨기려다 거꾸로 널리 알려지는 현상을 그래서 스트라이샌드 효과라고 합니다. 비슷한 고사성어가 장두노미입니다. 쫓기던 꿩이 덤불에 머리를 숨기지만 꼬리는 드러낸 꼴을 가리키지요.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났는데, 감추려고 기를 쓰고,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행태를 꼬집습니다.

거대 여당 출범 후 첫 국감이 시작됐습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부터 공무원 피살까지 굵직한 현안들이, 국민을 대신한 국회 검증대에 오릅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정권에 불리한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잇따라 거부해 무산시키고 있습니다. 추 장관 아들 의혹만 해도 출석하겠다고 밝힌 당직사병과 한국군 지원단장을 비롯해 한 명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수사 중이어서 안 된다고 하더니 이제는 무혐의라며 가로막고 있습니다. 국정감사는 유무죄만 판단하는 수사와 달리 국민이 품은 의혹을 두루 파헤치는 자리입니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면죄부 수사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국민들은 아직도 궁금한 게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널A 사건, 원전 감사, 박원순 시장 사건에서도 증인 채택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작년 국감 때 조국 사태 증인 채택을 한사코 막아 '방탄 국감' 논란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진실이 묻히지 않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질 리도 없습니다.

시인이 어느 집 앞 은행나무를 봅니다. 가을이 왔는데도 물들 기색도 없이 서슬이 퍼렇습니다.

"퍼렇게 질려, 아니다 아니다 떼를 쓰는 나무는, 아마도 그 집 주인을 닮았나 봅니다."

백일흔 다섯 석 거대 여당의 기세가 영원할 것 같지만 그 시간이 의외로 길지 않다는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10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우리는 방탄의원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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