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현장추적] 인테리어 같은 소화전…불나면 어찌 하려고

등록 2020.10.09 21:38

수정 2020.10.09 21:43

[앵커]
오늘 뉴스 머리에 전해드린 울산 대형화재가 다시 한번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오는데, 저희 현장추적 팀이 포착한 상황 보시면, 평소 우리가 얼마나 화재에 무감각한지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물에는 화재시 초동 진압을 위해 소화전을 설치하게 돼 있죠. 빨간색이든, 눈에 잘 띄는 색상으로 돼있어야 위급시 제 역할을 할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소화전 실태, 장혁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의 한 대형 서점, 유명 식당가, 그리고 지하철역.

이 세 곳의 공통점은 소화전이 설치돼 있다는 것. 하지만 모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소화전 봤어요?) "아니요, 못봤어요."
(뒤돌아보시면 있거든요) "저기요? 네네, 이제 처음 봤는데…."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며 소화전을 찾아봤습니다.

서점내 소화전은 복잡한 책장 바로 옆인데다.. 색깔과 모양까지 비슷하고, 식당가 소화전들은 벽면 페인트와 색상을 맞춰 설치 장소마다 다른 색입니다.

"색깔이 거의 비슷하네…."

아예 벽보다 깊이 들어가 언뜻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건물주나 상가주인이 이렇게 제각각 소화전을 꾸미는 건 미관상 이유 때문.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처럼 꾸민 소화전은 급하면 찾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 상인
"(소화전 구분하기 힘드시겠어요) 몰랐어요. 빨간색으로 해야 되는데…."

소화전 색깔은 추가 비용만 지불하면 쉽게 바꿀 수 있고,

소방기구 업체 사장
"은색, 빨간색, 상아색(아이보리)까지는 기본적으로 할 수는 있어요. 도색을 하게 되면 도색비가 10만원 정도 추가로…."

전문가들은 인테리어식 소화전은 화재시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유준기 / 소방설비기사
"화재시 누구나 당황하기 때문에 모르시는 분들은 찾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죠."

하지만 국내에는 소화전 꾸미기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

소방청 관계자
"색상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고요. 눈에 좀 띄는 색상으로 소화전은 구분되도록 안내는 해드리고 있습니다."

외국도 소화전 색상에 대한 강제 규정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소화전이나 소방용구는 본래 목적에 맞춰 눈에 잘 띄게 설치한다는 인식이 강해 따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데,

이영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선진국의 경우에는 소방이나 안전에 관련된 시설은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있거든요. 정확한 색깔을 가지고 정확하게 배치돼..."

이 지하철역에 설치된 소화전은 거울처럼 반사돼 불이나면 알아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지만 소방법상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현장추적 장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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