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제는 두렵습니다

등록 2020.10.19 21:51

수정 2020.10.19 22:09

 "기억이 안 납니다"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지난 2007년 곤잘레스 미 법무장관은 검사 무더기 해임과 관련해 의회에서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을 일흔한 번 했습니다.

언론은 "그가 진짜 잘못했거나 진짜 바보"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는 넉 달을 버티다 결국 물러났습니다.

고백과 성찰의 시인 구상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만은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그것은 그대들의 양심이 마비된 증표요, 그대들이 멸망으로 가는 싹수다"

지난 한 주도 굵직한 뉴스가 많았습니다만, 저는 추미애 장관의 국감 답변이 각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아들 휴가와 관련해 보좌관에게 부대 장교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설 쓰시네" 발언에서 오히려 더 나갔습니다. 

"정말 이건 장편소설을 쓰려고 했구나…"

여당 의원도 곤혹스러워합니다.

"또 소설 얘기를…"

이제는 익숙해지기까지 한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의 수준을 넘어 '무섭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웃기지만 무서운 현실속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하지요.

그런데 또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있습니다. 라임펀드 사기혐의로 구속된 김봉현씨가 이른바 '옥중 입장문' 이란 걸 냈습니다.

야당과 검찰을 상대로 술 접대를 하고 로비를 했는데 검찰이 이 사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자 법무부가 득달같이 나섰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윤총장을 공격하고 나선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가 추장관은 윤석열 총장 가족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습니다.

이 역시 의혹이 있다면 풀어야겠지만 그 방법과 시기가 또 절묘합니다.

그동안 여당 정치인 이름이 줄줄이 나올 때는 아무 반응이 없던 법무부가 기다렸다는 듯 윤총장 쪽으로 화살을 겨누는 이 블랙코미디에 국민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요? 궁금하고 어리둥절하다가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물론 김씨가 사기혐의로 구속된 신분이긴 합니다만 그의 주장은 그대로 철저히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잘못이 있다면 철저히 밝혀내야 하고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용납되어서 안 될 일입니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번 사건이 정치 공방으로만 끝나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기 피의자의 말 한마디에 법무부가 검찰총장을 공격하고 여당이 일제히 맞장구를 치는 이 상황 역시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중요할 뿐 국민들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블랙코미디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합니까?

10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이제는 두렵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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