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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가 왜 이러는지 몰라

등록 2020.10.20 21:52

수정 2020.10.20 22:25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

이성복 시인도 나훈아의 '갈무리'를 슬쩍 비튼 시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 때'에서 가슴을 쥐어뜯습니다.

"부끄럽지 않은가. 이 삶이란 것!"

사실 부끄러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진짜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이른바 '채널A 사건' 수사의 빌미가 됐던 제보자 지 모씨는 사기-배임-횡령 전과 5범입니다. 그의 제보로 한 방송사 보도가 나가기 아흐레 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지 씨는 이 글을 공유하며 "부숴봅시다! 윤석열" 이라는 글을 붙였지요.

추미애 장관은 이 사건에 '검언유착'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상 두 번째 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허무했습니다. 검언유착 당사자라던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도 못하는 헛발질이었지요.

그랬던 추 장관이 또다시 지휘권을 휘둘렀습니다. 이번에는 라임 펀드 수사입니다. 구속된 사기 피의자의 입에서 야당 관련자가 나오자마자 윤 총장은 손을 떼라고 했습니다.

앞서 추 장관은 이 사람이 청와대 인사에게 5천만 원을 전했다고 주장하자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쪽 로비 주장이 나오자 지휘권부터 꺼내 든 겁니다. 추 장관은 한발 더 나가 윤 총장의 가족, 측근이 관련된 해묵은 사건에도 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여당이 "아무 문제 없다"고 극구 방어했던 사안들이어서 헛웃음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오기인지, 결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이쯤이면 윤 총장을 임명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흔들 위험이 대단히 큽니다. 그래서 역대 정부에서 단 한 번 있었을 뿐인데, 추 장관은 그 위험한 칼을 벌써 두 번이나 썼습니다.

그것도 두 번 모두 사기범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말이지요. 지지자들 눈에는 대단한 용기로 보이겠지만 국가권력의 사유화라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촌철살인 명언을 여럿 남긴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 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는 좀처럼 얼굴을 붉힐 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10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그가 왜 이러는지 몰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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