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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라돈 매트리스' 버젓이 중고나라 거래…관리 허점 '사각지대' 어쩌나

등록 2020.10.23 05:00

수정 2020.11.13 10:47

■ 중고거래 사이트서 ‘라돈 검출’ 수거 명령 내려진 제품들도 거래돼

'XX온수매트', 'YYYY라텍스', 'ZZZ속옷'….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이 제품명들을 검색해 봤습니다. 중고부터 새것까지 수 십 가지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지난해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라돈 검출'로 수거 명령을 내렸던 제품들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에 따르면 원안위는 5만여 개에 달하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해 최근 5년간 기준을 초과한 30개 업체의 34개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곤 제조사에 대해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렸습니다.

 

[취재후 Talk] '라돈 매트리스' 버젓이 중고나라 거래…관리 허점 '사각지대' 어쩌나
'라돈 검출' 수거 대상 제품/정희용 의원실 제공


행정조치를 받은 제품 가운데엔 한 때 국내 1위였던 라텍스 업체 매트리스는 물론, 여성 속옷, 온수매트, 마스크, 입욕제, 소파 등도 포함됐습니다. 조치 이후 라돈 검출 제품들은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미 판매됐던 물건들이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서 재 유통까지는 막지 못 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라돈 제품을 적극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원안위에 이런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에 원안위 측은 "재판매되는 문제 물품의 수거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개인 간 거래는 강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중고거래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던 겁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라돈 검출 제품으로 의심되는 물건들이 게시돼 있다’고 문의했는데, "해당 사안에 대해 모니터링이 부족했다"며 "지금부터라도 판매자에게 제품 결함에 대한 공지 등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중고물품 판매자 ‘당혹’…"그런 줄 몰랐어요. 지금도 입고 있는데?"

중고 거래 사이트에 '라돈 검출' 속옷을 내놓은 판매자에게도 물었습니다. 판매자 A씨는 "라돈 검출 속옷인 줄 전혀 몰랐다"며 지금도 가족들이 입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A씨는 바로 게시 글을 내려야겠다고도 했습니다.

A씨는 많이들 입는 옷이라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제조사나 그 어디에서도 제품 이상에 대해 연락받은 적도 없었다며, 도리어 "라돈 검출 제품 목록을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취재후 Talk] '라돈 매트리스' 버젓이 중고나라 거래…관리 허점 '사각지대' 어쩌나
중고 사이트에 약 7개월간 노출돼있었던 라돈 검출 제품 / 정희용 의원실 제공


■ 라돈 검출 결함 가공 제품 목록, 행복드림 열린소비자포털에 게재돼

원안위는 결함 제품 수거 등의 사실을 보도자료와 SNS,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복드림 열린소비자포털을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목록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라돈 제품', '수거 명령 제품' 등을 수차례 검색하고, 여러 사이트에 접속하길 반복해야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욱 놀란 부분은 해당 사이트에 적시된 '소비자 행동요령'입니다. 리콜 제품을 환불받기 위해선 소비자가 직접 제조업자에게 연락해 수거를 신청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본인 물건이 결함 제품인지 상시 검색·모니터링해야 하고, 만일 결함 목록에 있다면 소비자가 직접 제조사에 연락해야 리콜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 "중고 판매자 연락처 알 수 없고, 포장 용기에 제조년월 써있으면 더더욱 확인 어려워"

원안위도 뒤늦게 제품 감시에 나섰습니다. 수거 주체인 제조업체에 연락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중고 결함 제품 유통을 막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실제 확인해보니 지난 주까지 수개월 동안 게시돼있던 판매글 일부가 삭제돼 있기도 했습니다.

원안위는 다만, 지금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중고제품 중 판매해도 괜찮은 제품들도 일부 섞여 있다고 전했습니다. 제품 전체가 문제되는 게 아니라, 제조년월에 따라 문제가 없을 수 있는 제품들도 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판매 중인 물건들의 제조년월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라벨에 별도로 생산년월이 붙어 있지 않으면 라돈 제품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중고 거래 사이트 운영 지침상 이미 판매된 중고 제품에 대해선 판매자의 연락처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품목 별로 정상 거래가 가능한 제조년월도 제각각입니다. A속옷의 경우 정상 판매가 가능한 건 2019년 3월 이후 생산된 제품인데, B매트의 경우 2017~2018.5 제조년월이 환수대상입니다.

'라돈 검출' 수거 명령 내려진 제품이 중고로 거래되는 상황에 대해 정희용 의원은 "국민들이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이라며 "원안위가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을 해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황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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