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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이낙연의 도리는 무엇입니까?

등록 2020.11.01 19:46

수정 2020.11.01 19:52

"도리도리 까꿍"

어린 아이를 어를 때 쓰는 이 말의 유래엔 몇가지 설이 있습니다. 그 중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적 육아법 '단동십훈'에서 왔다는 게 유력하죠. '도리도리'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의 '도리'를 두 번 강조한 것이고, '까꿍'은 '몸으로 깨달으라'는 각궁의 된소리 발음이라는 겁니다. 즉, 살아가는 동안 좌우를 살피며 "자신을 깨닫고 도리를 익히라"는 선조들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도리는 500년의 시공을 뛰어 넘어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상식의 뿌리가 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사실상 결정했습니다. 두 전직 시장이 성추행으로 낙마한만큼 당헌에 따라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하지만, 이낙연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포기할수 없다고, 과거에 비현실적인 공약으로 민심을 현혹해 죄송하다고 사죄하는 게 먼저였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공당의 도리'로 포장했습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대표 (30일)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중대한 잘못으로 낙마한 지역의 재보선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의 헌법, 그러니까 당헌이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됩니다. 사실 이 대표는 '도리'란 말을 유독 즐겨 써왔습니다.

이낙연 (지난 3월 30일, 출처: 유튜브 '중앙일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딴짓(대권행보)을 한다는 건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이낙연 당시 총리 (2018년 6월 21일, 국가보훈 포상식)
"국가를 위한 공헌에 보답하는 것은 [정부와 국민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이낙연 당시 총리 (2017년 9월 12일, 국무회의)
"화가 나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참아내셔야 책임 있는 분들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모두 맞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유불리에 따라 말을 뒤집은 것까지 도리로 포장한다면 이 대표가 써온 도리라는 말들마저 지저분해지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번 일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문재인 / 2015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대표
"그랬으면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책임집니까. 후보내지 말아야죠.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무책임하게 또 다시 후보 내놓고 표찍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다시 한번 상처받은 건 성추행 피해 여성들일 겁니다. 박원순 전 시장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은 그제 이낙연 대표에게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거냐"면서 우리 사회는 공당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초선 때인 2003년 자신의 국회발언을 모아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부제는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였는데, 많은 논평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 대표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이낙연의 도리는 무엇입니까?"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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