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분열의 정치, 미국과 한국

등록 2020.11.03 21:51

 "나는 도널드 그럼프. 너희 모두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갖고 있지…"

50년 된 미국 공영방송 어린이 프로그램이지요. '세서미 스트리트'는 심술궂고 욕심 많은 캐릭터 그럼프를 등장시켜 부동산 재벌 트럼프를 풍자하곤 했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 공영방송 재정지원 중단 계획을 발표해, 복수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가장 비호감 캐릭터인 스너피에 트럼프를 빗댄 신조어 '트럼팔러파거스'가 SNS에 유행했습니다.

핼러윈 데이에는 호박에 트럼프 얼굴을 새긴 '트럼킨'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트럼프화, 트럼프주의, 트럼프 발작, 트럼프 후회… 트럼프만큼 부정적 신조어가 많은 대통령도 드뭅니다.

"나는 (코로나를) 쿵 플루라고 부르겠습니다."

트럼프는 스스로도 신조어를 잘 짓는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와 '마중물 효과' 같은 용어도 자기가 고안했다는 억지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년 세계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미국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미국을 불안과 혼돈 속에 주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4년, 수퍼 파워 미국의 행로를 결정하는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그 어느 때보다 크기에 긴장과 우려의 눈길로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가 당장 걱정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선거 불복 사태입니다.

트럼프가 사실상 불복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미국의 헌정 질서는 뿌리째 흔들릴지 모를 기로에 섰습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미국은 자유 정의 인권이라는 공동 목표로 뭉칠 때 가장 위대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4년 미국은 이미 둘로 깊이 쪼개졌습니다.

투표함의 뚜껑이 열리는 시간은, 트럼프식 분열의 정치가 폭발하는 순간이 될 겁니다.

그런 미국을 지켜보면서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우리의 지난 3년 반 역시 미국 못지않은 분열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국민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는 공허한 수사가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2022년 봄, 대한민국은 또 얼마나 깊은 분열의 상처를 드러낼지 벌써부터 걱정스럽습니다.

11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분열의 정치, 미국과 한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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