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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여론조작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등록 2020.11.08 19:45

영화 '특별시민'
"지금 실시간 검색어 1등이 뭐야?"
"저녁에 사람 보내놓을 테니까 자료 받고 실검 1위 만들어놔"
"1위요?"
"변 시장 좋아한다며…손에 똥 묻히기로 했잖아"

영화 특별시민에선, 여야 후보들이 서로 실검 1위를 차지하려고 스스럼 없이 여론을 조작합니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후보자들이 이렇게 실검 순위와 댓글에 목을 매는 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겠죠.

그래서 미국 시민단체 엘리 프라이저는 이런 포털 기업을 '생각 조종자'로 부르며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분노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을 겁니다.

문재인 /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2012년 12월 13일)
"여론을 조작해서 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 됩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죠."

정세균 / 당시 상임고문 (2012년 12월 12일)
"유신 독재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는 느낌입니다.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이자 선거 방해입니다"

맞습니다.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개입하는 건 유권자 뜻을 왜곡하는 중대 범죄입니다. 그래서 법원도 관련자들에게 엄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제,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공모로 8840만회의 댓글 등 조작이 있었다는데 이는 국정원 사건 규모의 200배가 넘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7%까지 올랐을 땐 '안철수는 MB 아바타'라는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했고, 이후 그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물론 김 지사는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경수 / 경남도지사 (지난 6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댓글을 조작해 그 위법성의 정도가 무겁다"고 판시했습니다. 여기서 특정후보는 아시는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건 문 대통령의 측근인 송인배 전 비서관이었고, 드루킹이 오사카 영사로 추천한 변호사를 면접한 것 역시 대통령의 측근인 백원우 전 비서관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사람들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있는 사건이었지만,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고,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없이 되레 재판부를 압박합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6일)
"대법원 판단을 당에서 돕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요. 이렇게 말씀드리는 자체가 원격 지원이라고..."

강선우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6일)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규명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사실관계의 위법성 여부만 가리기 때문에 김 지사와 드루킹이 벌였던 일들까지 사라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과거 조국 전 장관이 여론 조작에 대해 했던 말을 되돌려보겠습니다.

조국 / 당시 서울대 교수 2013년 10월 25일 CBS 라디오
"(여론 조작에 의한 선거개입은) 진보, 보수, 좌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 헌정의 골간을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이 당연한 명제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건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여론 조작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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