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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좌충우돌, 천방지축'

등록 2020.11.10 21:52

풀잎을 슬쩍 건드리면 오므라들어 축 처집니다. 촉각을 지닌 식물 미모사입니다. 손대면 움츠러드는 모양새가 부끄럼을 타는 것 같아서 꽃말도 부끄러움이지요. 하지만 잎에 물방울을 계속 떨어뜨리면 아예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끄러움을 잊어버리는, 수치심의 퇴화라고 할까요. '설악산 호랑이'로 불렸던 조오현 스님은 시인으로도 이름을 떨쳤습니다.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듣노라면, 천경 그 만론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2년 전 입적하면서 스님은, 계율과 형식에 매이지 않았던 삶을 이 임종게로 결산했습니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평생 수도의 삶을 살아온 고 스님의 뒤늦은 깨달음이 이럴진데 요즘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습니까? 취임이후 끝없이 논란의 한 가운데 서왔던 추미애 법무장관이 이번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특활비를 문제 삼았습니다.

"사건이 집중돼 있는 서울중앙지검에는 최근까지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데 특활비를 썼다"고 주장해 국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런데 태산명동 서일필, 맹탕이었습니다. 올들어 지난 시월까지 서울중앙지검에 배정된 특활비가 예년과 그리 다르지 않았고,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법무부가 오히려 특활비 10억원을 받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추 장관은 채널A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규정해 윤 총장의 수사권을 박탈했다가 헛발질로 끝났고, 사기범의 옥중 편지 한 장에 또다시 수사권을 빼앗았습니다. 그러더니 특활비 소동으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됐습니다. 민주당 대표 시절 보수진영의 여론조작을 거론했다가 도리어 김경수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가 드러난 것과 비슷한 형국입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이제 아예 대검 특활비를 자기가 분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추 장관은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을 끊임없이 휘둘러 윤 총장을 압박해 왔습니다. 급기야는 근거 없는 특활비 논란을 일으켜 망신을 자초한 셈이 됐습니다. 이 모든 소동이 검찰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끝내 주장할 진 모르겠습니다만, 추 장관의 두서 없는 질주가 한없이 위태롭게 느껴집니다.

11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좌충우돌, 천방지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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