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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다가오는 바이든 행정부…'너는 어느쪽이냐'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등록 2020.11.13 06:00

수정 2020.11.13 11:58

[취재후 Talk] 다가오는 바이든 행정부…'너는 어느쪽이냐'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

바이든 시대가 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선언하며 떼를 쓰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미국 정권 교체로 한반도 정세와 안보 정책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요새 외교가에서는 핫이슈입니다. 전작권 전환, 대북 정책, 방위비 협상, 중국 견제 등 미국과 풀어야 할 난제들이 차고 넘칩니다. 한 당국자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포장지는 외교인데, 내용물은 국방이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일도양단’할 수 있는 결단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한미 양국간에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한 전망을 정리해봤습니다. 

■ 전작권 전환 ‘여전히 흐림’

전시작전통제권. 6.25당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승만 대통령이 넘겨준 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권리입니다. 전 세계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자기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타국에 이양한 곳이 얼마나 될까요? 더구나 우리 같은 위상을 가진 나라에서요.

북핵이 진전되지 않았을 때는 미군이 전작권 전환에 적극적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입니다. 그러나 북핵이 진전되고,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전작권 전환을 임기내 이뤄내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냉소적이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이런 기류가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전작권이 이제는 중국 견제의 한 축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전작권을 전환했을 경우 우리가 중국과 가까워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말처럼.

2014년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자체가 전작권을 주기 않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①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②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이렇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데, 첫 번째인 한국군의 군사 능력 평가는 현재진행중입니다. 두 번째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은 대표적인 것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은 그야말로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한미는 전작권을 전환하면서 연합사를 해체한 뒤 미래사를 창설하고 미래사령관을 우리군 장성이 맡기기로 했습니다. 우리정부에서는 어차피 수장만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바뀌는데, 전작권 전환을 위한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냐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정상간의 합의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미 본토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과연 국방부나 외교부, 또는 청와대가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 한미간 실무자급에서 고위급까지 얼마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냐는 지적입니다. 청와대도 안보라인이나 외교안보 부처가 전작권 전환을 위해 얼마나 미국과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는 연합사령관인 에이브럼스를 통한 소통이 거의 유일합니다.

일부에서는 미 국방부나 국무부가 우리만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공이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겠지요.

바이든 캠프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의견을 참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도기에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통한 소통이 불가피하겠지만, 미 본토와의 소통을 강화해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그 이후에 정상간 합의 등과 같은 하향식 의사결정(탑다운) 방식으로 이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틀린 말은 아닌 듯 합니다.

■ 북한 비핵화 ‘안개’

바이든 당선 이후 가장 예측이 엇갈리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대북 기조입니다. 바이든이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만큼,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북한이 손들고 나오게 한다는 것이 전략적 인내의 골자입니다.

그러나 바이든 또한 ‘전략적 인내’ 시기 동안 북한의 핵 능력 향상만 가져왔다는 비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그쪽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죠.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인내라기보다는 어수선한 미국 내부를 정리하는데 바빠서 대북 정책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던 ‘비자발적 인내’에 가깝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망가진 미국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집안을 정비한 뒤로는 대북 문제보다는 중동 문제가 우선 순위였습니다. 그래서 이란과의 핵협상을 통해 핵개발을 중지하는 대신에 제재를 풀어주는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바이든의 대북 정책도 결국은 미국 내 사정과 중동 정책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또한 트럼프가 폐기해 버린 이란과의 핵협상을 어떻게 복원시킬지도 하나의 과제입니다. 이러다보면 북핵 문제는 또 다시 뒷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북한이 미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거의 완성한 상황이여서 북핵 문제가 오히려 이란과의 문제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냐는 것이겠죠. 북한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보면 북한은 미국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거나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면 ‘전략적 미사일 도발’로 한미를 자극했고, 결국 미국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대통령으로 오르기도 전에 북한이 기다렸다는 듯이 전략 도발을 한다면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측에서는 아마도 ‘봐라. 바이든이 되자마자 북한이 쏘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릴 게 뻔합니다.

결국 바이든 측은 북한의 도발을 우리 정부나, 특정 경로를 통해 최대한 자제시키면서 북한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 정부가 추구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로 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일부에는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빅딜로 일부 성과를 이뤘다고 합니다.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마냥 트럼프는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났지만 이뤄낸 것은 없습니다. 본인은 의지가 있었지만 CVID를 외치는 볼턴이나 폼페이오, 그리고 북핵 협상을 회의적으로 보는 미국내의 강경파를 꺾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클린턴 행정부의 단계적 비핵화로 가면서, 북한에 줄 당근을 최소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클린턴 행정부 때는 핵동결을 전제로 한 경제 지원이었지만, 이제는 핵동결과 감축을 전제로 한 대북 제재의 점진적 해제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최소한 핵동결과 함께 정치적인 종전선언 정도로 물꼬를 트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해커 박사를 중심으로 한 대북 정책 전문가들이겠죠. 해커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는 달리 지난해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심장이고, 여기서부터 비핵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해커 박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그룹의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티브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가 스탠퍼드에서 한 연설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또한 변주는 있는 법입니다.

■ 대일 관계 ‘흐렸다 갬’, 대중 관계 ‘흐렸다 갰다, 다시 먹구름’

위안부 합의 파기와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로 대일 관계는 사상 최악의 상황입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스가 총리를 만났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천명했고, 피해자가 납득하지 않는 문제 해결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진정어린 사과. 그러나 아베 전 총리의 아바타나 마찬가지인 스가 총리가 이를 수용할 리가 없습니다.

바이든 캠프는 ‘가치 동맹’의 복원을 외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축을 같이하는 국가들간의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가치 동맹이라는 고상한 단어 속에는 ‘너는 우리편이다. 딴 생각하지 마라’는 미국의 은근한 압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첫 공식 일정으로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하고,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을 인도-태평양의 '핵심축'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제안했고, 미국이 채택한 전략입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인도-태평양'은 지리적인 것을 표현한 것일 뿐 '인도-태평양 전략'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바이든이 어떤 의도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바이든이 알 것이고, 나머지는 해석의 영역입니다.

미국은 한일간 평행선을 마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겁니다. 집안 정리가 끝난 오바마 행정부 말기를 보면 그렇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주력했고, 그런 맥락 속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체결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리퍼트 대사가 우리 정부를 참 집요하게 압박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미국이 한미일을 동맹 수준으로까지 한 몸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패권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견제.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한일간 역사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라고 어떤 식으로든 종용할 것이고, 우리 정부는 박근혜 정부 말기 봉착했던 문제에 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군사는 미국과의 동맹, 경제는 중국과의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이 투트랙 전략이 먹힐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와중에 제2의 사드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라는 법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사드는 임시 배치중입니다. 주민들의 반대로 공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하지만 사드 정식 배치, 그리고 사드 개량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중국은 우리를 압박하거나 보복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의 치부라며 사드 배치 과정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도 눈여겨봐야 할 듯 싶습니다. 한 대 맞고 끝날 일을 두 대, 세대 맞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지...

패권 국가들은 충돌하기 마련이고, 우리는 ‘너는 어느 편이냐’에 대한 답을 강요받게 될 것입니다. 전략적 모호성이 언제까지 통할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방위비 협상 ‘흐렸다 갬’

방위비 협상은 가장 전망이 좋습니다. 바이든은 군대 철수를 명분으로 동맹국을 갈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치의 방위비를 결정하는 협상에서 한미는 첫해에 전년 대비 13% 인상, 그리고 이후는 물가상승 또는 방위력 개선비 상승분에 비례하는 인상안을 합의했지만 트럼프의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방위비 협상은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많은 국가들에게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우리에게는 바이든 시대가 도전이 될지, 기회가 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 안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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