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낳은 정, 기른 정

등록 2020.11.12 21:53

미혼모의 아들 스티브 잡스를 입양한 잡스 부부는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가난했습니다. 하지만 입양 때 잡스 생모와 했던 약속대로 아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평생 모은 돈을 등록금으로 썼습니다. 아들이 애플을 창업하자 아버지는 차를 고쳐 팔던 집 차고를 기꺼이 내줬습니다. 어머니는 차고를 청소하고 손님도 맞으며 아들의 사업을 도왔습니다. 잡스는 진작에 친부모 소식을 알았지만 내내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의 무게를 달아 비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천륜보다 인륜, 피보다 물이 진한 사연은 우리 주변에도 적지 않습니다.

1990년대 어느 부부가 고1 아들의 혈액형을 보고서야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부는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스물세 명을 추적해 친아들을 키우고 있는 집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두 집은 뒤바뀐 아들과 그대로 살았습니다. 두 아이부터 낳아준 부모와 살기를 원치 않았고, 기른 부모 역시 아이를 차마 떠나보내지 못했던 겁니다.

한 30대 주부가 생후 여섯 달 된 아기를 입양한 지 열 달 만에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는 지난달 한 공영방송 다큐에 나와 아기에게 케이크를 내밀며 "축하해, 건강해"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열흘쯤 뒤 아기는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장이 파열돼 숨졌습니다.

경찰은 이 주부가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겠다"고 아기를 입양한 한 달 뒤부터 학대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집과 차 안에 아기를 방치한 사례만 열여섯 건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양모는 "친딸이 아기 위로 뛰어내린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양모의 구속을 허락했습니다.

의붓 아이 학대 소식이 잊을 만 하면 끊이지 않고 들려옵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가을이 참담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좋은 곳이란 믿음을 버릴 수 없는 이유 역시 너무나도 많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참담한 뉴스가 사라지는 날이 반드시 오겠지요? 배우 신애라씨가 데려와 10대 소녀로 자란 큰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 한 대목 보시지요.

"내가 태어난 것도, 내가 우리집에 온 것도, 엄마가 내 엄마가 된 것도, 모든 게 기적이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단어를 써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엄마!"

11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낳은 정, 기른 정'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