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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장수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등록 2020.11.15 19:45

수정 2020.11.15 20:14

"차라리 잘되지 않았습니까? 이참에 모든 걸 놓아버리시고 고향으로 돌아가시지요"
"네가 상감에 대한 원한이 깊구나"
"목숨까지 거두려 했던 임금입니다. 저 미력한 군사들로 전장에서 승리한다 한들 임금은 반드시 아버님을 버릴 것입니다."

무능한 선조와 극렬한 당쟁 탓에 이순신 장군은 세 번 파직되고, 두 번이나 옥살이를 했습니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실은 비운의 영웅에 가까웠죠. 그런데도 그가 한반도 역사에서 최고의 장군으로 평가받는 건 사심 없는 마음, 바로 충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오르면서 정치권이 들썩였습니다. 여권은 윤 총장을 정치인으로 몰아 쫓아내려는 태도가 역력했고,

추미애 / 법무장관 (지난 11일)
"그렇게 1위 후보로 등극하고 사퇴하고 정치를 해야 되지 않나"

이재정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3일)
"본인도 정말 만족해하고 있는지… 한국에서 제일 정치 잘하세요."

야당은, 여권에 칼을 겨누는 윤총장을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김종인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난 12일)
"결국은 윤석열 총장이 일반 국민이 보기에 가장 돋보인 게 아니냐"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12일)
"민주당이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했는데 그 칭찬은 과연 옳았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윤 총장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박근혜 이명박 정권을 수사할 때는 지금 야당이, 무자비한 칼잡이라고 비난했고, 그 공으로 총장에 오른 그가 살아있는 권력을 궁지로 몰자 이번엔 여권이 반(反)개혁주의자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검찰 수사가 정치적이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윤 총장의 지난 국감 발언은 오얏나무 아래서 굳이 갓끈을 고쳐맬 필요가 있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윤석열 / 검찰총장 (23일)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역대 검찰총장 역시 정계에 발을 내딛지 않는 불문율을 지켜왔습니다. 다만 조국과 윤미향 사태 그리고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을 거치면서 우리사회 전체에 공정에 대한 갈증이 커진 건 분명합니다. 그게 정치권에서 말하는 '윤석열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시 영화 명량으로 돌아가보죠. 이순신 장군은 자신을 내쳤던 왕의 명령을 따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버님은 왜 싸우시는 겁니까?"
"무릇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다"

지금 윤석열 총장의 가슴에는 충(忠)과 사(私) 어느 것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는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장수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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