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웃을 잘못 만나

등록 2020.11.16 21:52

"잠시 눈을 감습니다. 순간은 가고, 우리 모두는 바람 속 티끌입니다."

세대를 초월해 사랑 받는 노래 '더스트 인 더 윈드'는 '우리 모두가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 라고 말합니다.

시인은 아침 햇살 속에 떠다니는 먼지를 보며 고마워합니다.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와 노래에서 먼지는, 사뭇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저주요, 악몽입니다.

"미세초 미세초 미세 미세 초미세. 사라져라 저멀리. 안개인 척하지마."

부연 서울 하늘 아래서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춤추는 사람들. 어제 서울에, 올 가을 들어 첫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지난 2월 하순 이후 아홉 달 만입니다.

먼지공장 중국이 다시 미세먼지를 뿜어내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 겨울과 봄, 코로나로 뜸했던 공장 가동이 거의 백 퍼센트 회복되고 겨울 난방이 겹치면서, 계절풍 서풍을 타고 날아들고 있습니다. 베이징을 비롯한 동부 대도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하루이틀 뒤 서울을 덮치는 패턴도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중국발 코로나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로선, 이웃 복이 없는 셈이지요.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가 이미 겨울 대유행에 접어들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우리도 3차 유행이 닥칠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거기에 독감이 함께 번지는 이른바 트윈데믹도 걱정스러운 데다가, 미세먼지 공습까지 재개되면서 이 겨울을 어떻게 날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합니다. 하지만 비 오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요즘 아침마다 코로나 확진자 수부터 알아본다는 분이 많습니다. 이제 들여다볼 게 하나 더 늘었습니다. 미세먼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이 휴대전화 이모티콘의 표정을 살피는 겁니다. 악마같이 뿔이 난 얼굴, 방독면 쓴 얼굴을 얼마나 질리도록 봐야 할까요.

갇혀 사는 코로나 우울증에다 잿빛 하늘까지 짓누르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의 터널 앞에 우리 모두 맨몸으로 서 있습니다.

11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이웃을 잘못 만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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