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 엄마, 사유리

등록 2020.11.18 21:54

수정 2020.11.18 22:04

"마치 벼락을 맞은 듯했다. 아빠는, 창피해서 교회도 못 다녀" 

캐나다에 유학 간 여동생이 임신을 하고 돌아오자 아버지는 기겁했습니다. 자칭 진보적이라는 오빠도 동생을 타박합니다.

"어떻게 키울 거야? 아빠 없이 키울 거냐?"

동생의 임신은 나름 계획을 세운 자발적 선택이었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주는 육아 지원금과 대출 학자금으로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다큐 영화에서 감독은 자발적 비혼모가 된 동생을 중심으로 가족이 부대끼고 화해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저렇게 애기를 낳고 싶어 하는데… 못 키우면 내가 키워주지."

펄쩍 뛰던 아버지도 아기가 태어나자 손자 바보가 됩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흔히 말하는 '정상적 가족'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이건 정상, 이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줘). (가족이라는)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일본 출신 마흔한 살 방송인, 사유리의 출산이 인터넷 세상을 후끈 달구고 있습니다.

일본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입니다. 그는 지난해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비혼 임신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을 받을 수 있어서 일본으로 갔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은, 우리 사회를 향해 보다 다양하고 묵직한 질문으로 날아옵니다. 혼인으로 이뤄진 가족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관습과 제도는 과연 옳은 것인가, 한국에서 비혼모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결혼하기 싫어도 아이는 갖고 싶은 여성의 출산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물음들입니다.

사람들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오늘 나온 통계를 보면 열에 셋이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혼 안 하고 동거할 수 있다"는 사람은 열에 여섯 가깝습니다.

다큐 영화에서 여동생은 아이와 함께 캐나다로 돌아가 계획했던 대로 살아갑니다.

"세상에서 지금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하도 행복해서 꿈일까 봐 두렵다"는 사유리의 기쁨과 닮았습니다.

"누구나 집에 오면 가족이 된다"는 포스터 글귀를 보며, 우리 사회가 긴 안목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11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이 엄마, 사유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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