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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정희 대통령 영단에 의하여" 국회 준공기, 철거 피했다

등록 2020.11.19 17:42

수정 2020.11.19 19:53

[단독] '박정희 대통령 영단에 의하여' 국회 준공기, 철거 피했다

국회 본관 뒤편에 걸린 준공기. 국회사무처는 다음주 준공기 앞에 LED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사무처가 '박정희 현판' 논란이 일었던 준공기를 LED 화면으로 덮는 공사를 시작하는 가운데, 이 준공기를 아예 뜯어내는 방안이 마지막까지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사무처는 3억여 원을 들여 국회 본관 1층 뒤편에 걸린 준공기 앞에 LED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공사에 들어간다. 이 준공기는 1975년 국회 본관이 건립될 당시 정일권 전 국회의장 명의로 걸렸다.

준공기엔 "이 장엄한 의사당은 박정희 대통령의 평화통일에 대한 포부와 민족전당으로서의 위대한 규모를 갖추려는 영단에 의하여 우리들의 지식과 성력과 자원과 기술을 총동원해 이룩해 놓은 것이다"라고 적혀 있어, '박정희 현판'이라는 논란이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국회사무처는 당초 준공기를 훼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 달까지도 준공기를 뜯어내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준공기를 뜯고 난 뒤 LED 판을 설치해야 공간이 더 확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사업 부서에서 제시됐다"고 전했다. "부서 측에서 준공기를 버리지 않고 창고에 따로 보관하겠다고도 했지만 다른 회의 참석자들이 반대했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국회는 정치적 역풍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준공석 위에 LED판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론내렸다.  국회사무처 측은 "준공기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큰 틀이 계속 유지돼 왔다"고 해명했다. 또 "LED 화면에 외빈 환영 메시지와 예술 작품을 포함해, 가려진 준공기 내용도 1분 가량 송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대표도 지난 2005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국회 준공기를 문제 삼은 적이 있다. 이 대표는 당시 "국회가 대통령 포부를 실현하는 유신 의식이 담겨 있는데 차제에 제거할 것인지 공론화하자"고 주장했었다.

국회사무처는 이전에도 LED 교체 사업이 '박정희 지우기'라는 논란이 일자, 역사 문제와는 무관하며 공간개선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주 시작되는 LED 전광판 교체 공사는 12월 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 최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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