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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호텔 살이 해 보시겠습니까?

등록 2020.11.19 21:53

수정 2020.11.19 21:57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청사 검색대를 지나다 바닥에 커피를 쏟습니다. 그냥 두라는 만류에도, 청소원의 대걸레를 빌려와 닦고, 손걸레로 마무리합니다. 지켜보던 청소원들이 박수치고 환호합니다.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총리로도 유명하지요.

뉴질랜드를 방문한 미국 토크쇼 진행자를 공항에서 태워오는 이 사람은 아던 총리입니다.

"갈릴레오 피가로…" 

차를 몰며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고, 집에서 소시지를 구워먹으며 담소합니다. 아던 총리는 브런치 카페에 갔다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른 수용인원 제한에 걸리자, 줄을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노점에서 감자튀김을 맛있게도 먹습니다. EU 정상회의에서 끼니를 거르며 마라톤 협상을 하다 잠시 빠져나와 허기를 때우는 겁니다.

메르켈은 28년째 퇴근길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혼자 카트를 밀며 장을 봅니다.

정치와 민생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국민이 어떤 고통을 겪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런 공감 위에서 올바른 정책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고…" 

정부가 전세난을 타개하겠다며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중점을 둔 스물네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시민과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세 매물도 씨가 마른 현실에서 전세 난민들의 한숨과 비명에 귀를 기울이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정책과 민생 사이 괴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책은 바로 호텔 전세방입니다.

서민들이 원하는 전셋집은 적어도, 아이 키우고 밥 지어먹고 다리 펴고 쉬면서 오순도순 살 수 있는 그런 집입니다.

여행자에게 며칠 호텔살이는 편리하고 낭만적일 수 있겠지만, 가족이 몇 년씩 일상을 꾸려가자면 답답하고 남루한 삶일 수밖에 없습니다.

뭐라도 대책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이해합니다만 그렇다고 신발 신고 발바닥을 긁으면 시원하겠습니까?

호텔 집의 호응이 좋았다는 김현미 장관의 말 역시 서민 약 올리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뾰족한 전세대책이 없다"고 거듭 실토한 경제부총리는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합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기울이는 것을 요즘 '영끌'이라고 합니다만, 호텔까지 끌어대는 '호끌'에 이르러선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11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호텔 살이 해 보시겠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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