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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대전차 무기 '현궁'을 위한 변명

등록 2020.11.24 11:31

수정 2020.11.24 11:35

지난 20일 우리 군이 대전차 무기 ‘현궁’을 외빈 앞에서 발사했는데 표적을 빗나가 1.5km떨어진 논두렁에 처박힌 적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망신살이 뻗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저희도 망신이라고 보도했지만, 현궁의 수출 과정을 귀동냥으로 들은 적이 있어 ‘변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변명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부정적 어감과는 달리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 구실을 대며 까닭을 말함’ ‘옳고 그림을 가려 사리를 밝힘’이라고 적혀 있네요. 그래서 아는대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현궁은 2017년 전력화된 대전차 무기입니다. 일명 파이어 앤 포갯(Fire & Forget) 기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열감지를 하는 IR추적기로 북한의 전차를 목표로 설정한 뒤에 쏘고 나면, 로켓이 알아서 타깃을 찾아서 타격합니다. 사정거리는 최대 3km정도이고, 전체 중량은 해외 동급체계보다 가볍습니다. 가격은 1억원대로 대표적인 대전차 무기인 재블린보다 절반 이상 저렴합니다. 여러 면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췄고, 실제로 수출성과도 있습니다.

몇해전 현궁을 수출하기 위해 한 국가에서 실사격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목표물은 동굴안에 세워진 콜라캔. 그런데 현궁은 그 작은 목표물을 실수 없이 명중시켰다고 합니다. 이 국가와의 수출 협상은 거의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이런 현궁이 이번에는 어처구니없게도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고 논두렁에 처박혔습니다. 당시 유례없는 가을비가 쏟아져 기상이 좋지 않았던 점도 한 이유일 겁니다. IR추적기로 열감지를 해야 하는데 악천후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다 현궁의 경우 목표물이 정확하게 조준되면 파란색 사각형이 표시되는데, 사격수가 파란색 사각형이 표시되기 전에 사격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군이 원인을 파악중이니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듯합니다.

지난 2018년 우리가 콜롬비아에 수출한 대함 미사일 해성을 콜롬비아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2발을 시험발사 했는데, 모두 표적을 명중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때도 ‘망신’이라는 표현을 썼었죠.

(관련기사: 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90106.html)


그런데 원인은 콜롬비아측에서 주파수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생긴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해성 자체의 결함이 아니었던 것이죠.

무기는 개발 완성이후에도 셀 수 없는 수정과 개량을 통해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출시 이후에 이런 저런 결함과 오류가 발생하고, 그런 것들을 수정하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 명품 자동차가 됩니다. 운용 실수도 허다합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되, 우리 무기에 대해 좀 더 애정을 가지려고 합니다. / 안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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