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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文 "봄, 여름 이어 또 코로나와 전쟁"이라는데…겨울 전쟁은 막을 수 있을까요?

등록 2020.11.24 23:00

수정 2020.11.24 23:12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24일) SNS에 글을 올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늘부터 2단계로 격상된 데 대해 봄과 여름에 이어 코로나와 또 한번의 힘겨운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일상의 불편함이 커지고 민생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돼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했고, 연말연시 모임 취소 등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사하다며 몸을 낮췄습니다.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방역에 더 힘을 모을 때라며, 다시 한번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보면 구구절절 맞는 얘깁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화상으로 진행된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걸 목표로 언급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SNS 메시지는 방역과 경제,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무게 중심이 지금은 잠시 방역으로 간다는 걸로 읽힙니다.

 

[취재후 Talk] 文 '봄, 여름 이어 또 코로나와 전쟁'이라는데…겨울 전쟁은 막을 수 있을까요?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다만 2개월여 만에 다시 방역에 고삐를 쥐게 되는 걸 두고, 호흡이 짧다는 아쉬움도 일각에선 나옵니다.

이번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수도권에서 시행됐던 '2.5단계(거리두기 단계 개편 전)'와 방역 강도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당시 식당과 카페 영업은 제한됐고, 실내 체육시설은 운영이 중단됐죠. 자연히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자마자 이번엔 내수 살리기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10월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이 경제 반등의 골든타임"이라면서 소비쿠폰 지급 재개와 소비 진작 사업, 문화, 여행업의 활력 제고를 지시했고 이런 조치들은 신속하게 이행됐습니다. 이달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내 감염자 수가 100명 내외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창 밖에선 단풍이 손짓하고, 한 해가 저무는 게 아쉬운 이들 입장에선 그야 말로 귀가 쫑긋하고 안도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뒤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말이 뒤따라 나왔다고 해도 말이죠.

 

[취재후 Talk] 文 '봄, 여름 이어 또 코로나와 전쟁'이라는데…겨울 전쟁은 막을 수 있을까요?
/ 청와대 제공


이 회의로부터 일주일도 안 된 지난 14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는 200명대로 올라섰고, 다시 나흘 뒤 300명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회의 보름 만에 수도권 거리두기는 2단계로 격상됐습니다. 솔선수범 차원에서 청와대는 어제(23일), 코로나19 감염 사례 발생이나 전파시 해당 (청와대) 인원을 '문책'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방역 '비상'인 겁니다.

청와대 내부에선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어려운 탓에 좀 더 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나 경제 활력을 위해선 방역을 다소 완화하더라도 소비 진작을 독려하는 여러 조치들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 역시 여전히 강합니다 방역과 소비 진작이 딜레마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업계의 어려움이나 국민들의 답답함 해소도 필요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된 뒤, 되돌이표를 예고한 듯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6명의 장관에게 세부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일부 장관은 즉답을 못하고 쩔쩔 매다 회의가 끝난 뒤에 답변을 했다고도 합니다. 문 대통령이 평소 '티타임'이라 불리는 참모진 회의를 빼먹지 않을 정도로 민생 현안을 챙기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날의 질문은 평소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장관들이 개각설과 연말 분위기에 해이해지지 않도록 단속하기 위한 의도라고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고위 공직자도 이런데,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요. 해이해진 방역수칙 준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게 소비 진작 메시지 못지 않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봄, 여름, 가을 코로나19 재확산 고비를 넘고 있는데, 겨울 재확산 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이탈리아에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도시 국가들 일부는 먼저 발병한 이웃 도시의 혼란을 보고 위생 법령을 제정해 사람과 물품의 이동, 집회와 장례식 참여 등 시민의 생활을 통제했습니다. 답답하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법령을 여러 번 개정한 걸로도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고위층엔 예외도 뒀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하루 1만 명 넘는 사람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당장의 불편이 더 크고 당면한 과제가 더 시급한 오늘날의 일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무시무시한 흑사병 때나 지금이나 민초들의 심리에 유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방역의 키를 쥔 정부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대국민 시그널엔 항상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신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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