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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이 심판 스트라이크존 좁다'는 귀띔도 사찰?"…검사들 '秋 판사사찰 주장' 패러디

등록 2020.11.25 14:45

[취재후 Talk] ''이 심판 스트라이크존 좁다'는 귀띔도 사찰?'…검사들 '秋 판사사찰 주장' 패러디

공수처장 후보 추천회의 참석한 추미애 장관 /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앞둔 감독이 선수들에게 '이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높은 쪽은 잘 안 잡아주니 유념해야 한다'며 잘 적응해서 대비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러자 이 사실을 안 KBO에서 감독과 구단이 심판을 사찰했다며 직무배제시킵니다."(김수현 검사)

"경찰관이 동료에게 'A검사는 성범죄 영장을 까다롭게 본다'고 알려주면, 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B교수의 출제경향'을 알려주면 사찰인지요."(성상욱 검사)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처분의 근거로 주요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책임을 거론한 것을 두고 법조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추 장관이 불법사찰의 근거로 제시한 사례를 야구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과 대학가 시험족보에 비유하며 "아주 질 낮은 고발장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에 진배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검사들, 秋 제시 근거에 '경악'…"프레임에 잠깐 감탄"

"이분들 참 프레임을 만들어 씌우고, 정치적인 전략을 짜는데는 도가 트신 분들이라 잠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지검 김수현 검사가 25일 검찰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남긴 글이다. 김 검사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해 판사님들 보시라고 끼어 넣은 모양"이라며 "그런 얄팍한 전략이 법원에 통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구경기에 나선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 경향이 어떤지, 선수 출신인지 아닌지, 큰 경기 경험은 얼마나 있는지 선수들에게 대비를 당부한 것도 추 장관 관점에선 심판사찰로 판단해 감독 직무배제 사안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비유했다.


●'사찰문건' 검사, "언론 보도된 내용…직무범위 벗어나지 않아"

'OOO 판사
-출신학교 : 00고, 00대 법학
-주요판결 3개: 00은행 채용비리 회장 집행유예, 변호사 상대 법정 흉기난동 징역, 6년 세월호생존자 국가 배상책임을 2차 책임까지 인정
-재판진행 스타일: 검찰에 적대적이지 않으나 증거채부결정에 있어 변호인 주장을 많이 들어줌.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 선고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는 적었음. 재판 과정에서 심증을 드러내지 않고 특별히 검찰에 추가 입증을 요구하지도 않음, 심리된 내용을 토대로 바로바로 판결을 선고하는 경향
-00변회 선정 우수법관, 00변회 선정 우수법관 등'

추 장관이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과 '울산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로 규정한 재판부 문건을 작성한 검사가 공개한 소위 '판사사찰' 내용이다.

문건 작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이던 성상욱 검사는 "일선 공판부 근무 때도 공판검사가 교체되거나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면, 공소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재판부의 특성을 정리해 후임자에게 전달해왔다"며 감찰사유나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물론,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였던 성 검사에게 해당 문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

성 검사는 "약점을 잡아 악용하려는 게 이른바 '사찰'이지 어떤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인가"라며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교수의 출제경향'을 알려주는 것에 비유하며 사찰로 규정한 데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문건 내용 역시 판사를 미행하는 등 소위 '사찰' 방식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대관과 언론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고, 공판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검사들 사이에선 "명색이 법무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 형식의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 치고는 사유가 너무 얼토당토 않아 일일이 반박하기도 싫을 정도"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법조계 인사는 추 장관이 지목한 혐의 요지에 대해 '질 낮은 고발장만 갖고 수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격"이라며 이렇게 질타했다.

"정말 황당한 얘기다. 고발장만 접수받아 가지고 구속영장 청구하나.딱 보기에도 질 낮은 고발장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아무 근거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나열돼 있다. 막상 수사해보면 '어 얘기 안되네' 그런 결론으로밖에 치달을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 주장만 있는거다. 그동안 추 장관의 직권남용 소지에 대해 차곡차곡 증거를 쌓아온 윤 총장도 이번엔 건곤일척의 반격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회복불능의 치명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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