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포커스] '복지 허점'…건보료 못내는데 장애등록 수백만원

등록 2020.12.15 21:42

수정 2020.12.15 21:49

[앵커]
발달장애를 가진 30대 아들이 어머니 죽음을.. 반 년이 지나 노숙 중에 세상에 알렸다는 소식에 헛헛한 마음 가지신 분들 많을텐데요, 이들 모자는 '송파구 세 모녀 사건' 등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부양 의무자' 기준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장애 등록을 위해서는 수백만 원의 돈이 드는 것도 이들 모자를 비극으로 내몬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은 '또 드러난 복지 허점'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서울 이수역 앞, 바닥에 앉은 남성이 앞에 상자를 놓고 구걸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다가와 말을 거는 여성에게 모금함을 가리키는 남성, 발달장애인 36살 최 모 씨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도와달라"고 쓴 쪽지도 있었죠.

정미경 / 사회복지사
"어느 노숙인을 좇아서 막 오고 있었어요. 근데 여기에서.. 또박또박 쓴 종이 쪽지를 앞에 놓고 구걸하고 계셨습니다."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최 씨의 어머니 김 모 씨가 7개월 전 숨진 뒤 집에 방치돼 있다는 걸 알아채는 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들은 2008년 11월부터 100개월 넘게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지자체에 위기가구로 통보돼야 합니다.

그런데 숨진 김씨가 2018년부터 기초수급자 지원을 받고 있어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복지부 관계자
"이 가구 같은 경우에 주거급여(28만 원) 수급이라서 일단 기초생활보장 제도권 내에 들어와 있다 판단을 하고 그 분들은 제외하고.."

주민센터도 한 두 차례 방문 했었지만 외출중이라 집이 빈 걸로만 알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면담 방침에 자세한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가정방문이나 이런 것들을 또 원하지 않고, 당신 스스로가 '도움받는 게 정말 꺼려진다' 이런 입장이셨기 때문에... "

아들의 발달 장애 상태로 볼 때, 추가적인 복지 혜택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장애 등록이 돼있지 않았습니다.

장애 등록을 위한 진단과 치료에만 수백만 원이 들어가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거죠.

김재영 / 현재 최 씨 보호자
"정신 상담하는 데 한 40에서 70만 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장애등록 하려면) 6개월 정도의 병원치료 내역이라든지 이런 게 있어야 된다고 해서.."

결국 김 씨와 최 씨는 '근로능력이 있는 2인 일반가구'로 분류됐습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지난해 배를 곯다 숨진 관악구 탈북민 모자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겁니다.

국가 복지 시스템이 놓친 안타끼운 죽음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만 할지...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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