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7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대통령 책임이 아닌 것이 없었다

등록 2020.12.20 19:46

수정 2020.12.20 20:04

오바마 (2009년 1월 20일)
"내가 일을 망쳤습니다. '내 책임입니다'"

"제가 남 탓을 할 수 없는 까닭은 제가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내 책임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장관 후보자의 탈세 문제에는 임명권자로서 사과했고, 항공기 테러 미수 사건 때는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심지어는 정부의 웹사이트 부실 논란에도 변명 없이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그의 말은 대통령 중심제에선 당연한 이야길 겁니다. 

우리 헌법을 봐도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 그리고 국가의 원수로서 국정의 최고 책임을 집니다.

5부요인 중 국회의장을 뺀 나머지 요인을 다 임명할 정도로 거의 모든 인사권을 쥐고 있지요.

한마디로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는,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이 있습니다.

현 정부들어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 등 민심을 갈라놓는 대형 사건들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늘 자신의 책임에서 거리를 뒀습니다.

불똥이 튀는 걸 막겠다는 뜻이겠지만, 그래도 이 장면은 좀 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만호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16일)
"검사징계법에 따라서 법무부 장관이 징계 제청을 하면 대통령은 재량 없이 징계안을 그대로 재가하고 집행하게 됩니다."

검찰총장의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를 직접 재가하면서까지도 대통령에게 재량이 없다고 하는 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 책임을 인정한 적이 드물었습니다. 경제가 어려웠을 땐 세계 정세를 탓했고,

문재인 대통령 (2019년 시정연설)
"미중 무역 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입니다"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과 중산층에 큰 상실감을 주고도 전 정권을 탓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해11월, 국민과의 대화)
"역대 정부가 늘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거든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해 놓고는 실업률이 줄지 않자 인구구조를 탓했고,

반장식 / 靑 일자리 수석 (2018년 5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자, 특정 종교와 광복절 집회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강민석 / 청와대 대변인
"문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신천지 교회 문제로...

노영민 / 대통령 비서실장
"지금 광화문 집회 때문에...."

'남 탓'조차 할 수 없는 이런 많은 문제들엔 아예 입을 닫았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유독 늦어지면서 온 국민이 걱정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유감 표명 한마디 없습니다.

오바마처럼 사과를 자주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데, 언론과 야당 잘못으로 민심이 이렇게 찢겨 있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인지, 문 대통령은 정말 이런 상황에 별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건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대통령 책임이 아닌 것이 없었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