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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대통령 아들의 '공정하다는 착각'

등록 2020.12.23 11:47

수정 2020.12.23 11:53

[취재후 Talk] 대통령 아들의 '공정하다는 착각'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샌델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하버드대 학생들, 즉 능력주의 경쟁을 뚫고 온 사람들일수록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생 3분의 2는 소득 상위 5분위 가정 출신이고, 아이비리그 대학생 가운데 하위 5분위 출신자는 4%도 되지 않는 현실을 들이민다. 우리가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능력 만능주의'에 대해 '정말 그런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당신이 잘 나가는 이유가 집안 배경, 환경, 심지어 운 때문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가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 지원금 1400만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논란이다. 그에 앞서 '유사 작품'으로 한 기업이 운영하는 재단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재단엔 문재인 대통령과 고교시절부터 가깝게 지냈다는 건축가도 재직중이라고 한다.

준용 씨는 지원금 논란에 페이스북을 통해 "계획을 상세하게 제시받아 적절한지를 심사하여 저를 선정한 것이다. 즉,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선정 절차에 따라 지원금을 받은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제 작품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음"이라고도 했다.

준용 씨의 예술작품 수준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그로서도 분하고 억울한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라고 언급한 대목은 지나치기 어렵다. 준용 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즈음부터 아버지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그 이후에도 국회의원, 당 대표였다. 현재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대통령이다.

준용 씨와 관련된 논란엔 항상 '대통령의 아들은 그럼 예술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라는 반박이 뒤따른다. 대통령 아들도 예술할 수 있다. 그런데 천만원이 넘는 코로나19 예술지원금을 받겠다고 지원 하기 전에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봤어야 했다. 대통령 아들에 대한 역차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얻었을 '사회적 달란트'로 그런 역차별은 상쇄 되고도 남는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샌델 교수는 무엇보다 '능력주의적 오만'을 경계했다. 승자들이 자기 성공을 지나치게 뻐기는 한편 그 버팀목이 된 우연과 타고난 행운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잘난 사람들은 죄인처럼 살아야 하느냐? 아니다. 책을 관통하는 샌델 교수의 대안은 바로 '겸손'이다.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란 글로 특혜 논란을 반박한 준용 씨에게 샌델 교수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 일독을 권해드린다. / 서주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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