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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진실을 말한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등록 2020.12.27 19:44

수정 2020.12.27 19:57

과거 군사정권 때는 진실이 거짓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여름, 조국 사태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은 거짓이 진실을 제압하며 사회 전체의 판단기준을 뒤흔들었지요.

1년4개월이 지난 이번주 정경심 교수는, 1심에서 11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 돼 법정 구속됐습니다.

아직 형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의 범죄를 증언한 사람들이 조국 일가와 가까웠던 던 걸 감안하면 이날 판결로 사실관계만큼은 분명해 진듯 합니다.

이날 판결문에서 제 눈길을 잡았던 건 바로 이 구절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단 한번의 반성도 없이 진실을 말한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지난해, 조국 세력과 여권의 압박에도 진실을 외치던 이들은 어김 없이 피해를 봤습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조국 딸에게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유시민 씨에게 전화로 시달렸고, 대대적인 교육부 감사 이후 총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백혜련 / 조국 인사청문회
"말이 진짜 굉장히 오락가락하세요. 7년 전에 발행한 표창장, '이런 표창장 없었다' 이렇게 확실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건가요?"

최민희 / CBS '김현정의 뉴스쇼'
"굉장히 정치 편향적인 분이시더라고요"

최성해 / 동양대학교 총장
"면역이 떨어져가지고, 눈을 잘 못뜨겠더라고…“

진중권 / 前 동양대 교수
"사실 조국사태는 저한테 '트라우마'가 됐어요. 내가 믿었던 사람들, 그리고 내가 믿었던 가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듯한…"

그들은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보도도 '가짜뉴스'로 매도했습니다.

유시민 (2019년 봉하음악회)
"온갖 억측과 짐작과 추측과 희망사항을 결합해서…"

김어준 (2019년 8월 2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지금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대본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그들은 아무 반성 없이 이제는 재판부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과정에서도 '진실을 말하던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고통이 가해졌습니다.

윤미향 사태 때는 '친일세력의 공격' 이라고 했고, 추미애 장관 아들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청년에게는 '범인'이란 표현까지 썼습니다.

지금이 과거 군사정권 남영동 분실에서 거짓을 강요받던 그때와 뭐가 다르다는 건지, 현 집권 세력은 훗날 이런 역사의 물음에 답해야 할 겁니다.

1898년, 프랑스 대문호 에밀 졸라는 간첩으로 몰린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며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대통령에게 썼습니다.

1898년 1월 13일 로로르
"사법부가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는 진실을 말해야겠습니다. 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에밀 졸라는 이 기고문으로 망명을 해야했지만, 그로부터 8년 뒤 법원은 드레퓌스의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겹고 두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진실을 말하는 고통을 덜어주는 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사회가 썩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겁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진실을 말한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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