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참 딱합니다

등록 2020.12.28 21:52

수정 2020.12.28 22:20

'코이'라는 비단잉어가 있습니다. 어항에서 키우면 새끼손가락만한 피라미로 삽니다. 하지만 강물에 풀어놓으면 1미터 넘는 대어로 자랍니다.

문태준 시인이 코이를 보며 자문자답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어항에 가둘 것인가, 강물에 흘려보낼 것인가"

편견과 시비심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우리 마음의 영토는 무한하게 커질 거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는데"

가객 장사익의 절창처럼 놓아버리면 벗어나고, 집착하면 묶입니다.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절망은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다"

김수영 시인은, 절망적인 시대에 졸렬함과 뻔뻔함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절망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총장 징계안을 열네 시간 만에 재가했던 대통령이, 법원의 징계 정지 열여섯 시간 만에 사과했습니다. 법원 결정이 몰고 올 후폭풍을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정작 집권당에서는,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대통령 사과가 무색한 일이 잇달고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부터 "사법의 과잉지배, 사법의 정치화"라고 비난했고, 의원들은 "이제는 사법개혁" 이라고 외칩니다. 몇몇은 윤 총장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니요. 듣다 듣다 이렇게 비민주적인 민주주의론은 처음 들어봅니다.

급기야 여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수사 분야를 여섯으로 줄인 것도 모자라, 기소만 하는 기관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겁니다. 윤 총장 복귀에 벌어지는 여권의 아무말 대잔치에 이제는 정신이 혼미해 질 지경입니다. 부끄러운 일을 하거나 겁이 나면 "등에 진땀이 흐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뜻의 불한당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지난 며칠 침묵하던 추미애 장관이 어제 다시 SNS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음을 알았지만 그 날이 꼭 와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는데도 이 글에서는 어떤 반성의 느낌도 찾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은 도리어 윤 총장에게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영국 속담 하나가 떠오릅니다.

"운명은 수레바퀴처럼 돈다. 오늘은 그 위에 있다가 내일은 그 밑에 있다"

12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참 딱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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