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살려주세요 2020

등록 2020.12.30 21:55

수정 2020.12.30 22:13

"누구 없어요? 살려줘요!" 

무인도에 표류한 톰 행크스가 해변에 "살려달라"는 글자를 그려봅니다. 하지만 허망하게도 파도에 스러져버립니다. 극한상황에서 터뜨리는 마지막 절규 "살려주세요"는 현실에서 훨씬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 목숨만은 구해주세요"

하지만 그는 식물인간이 돼서야 암흑천지에서 벗어났고 이내 숨졌습니다.

"불이요! 살려주세요!"

집을 지키던 어린 형제의 119 신고만큼 참담한 목소리도 드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살려주세요'도 있습니다.

"의원님들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세요…"

이 한 장의 사진… 대명천지, 천만 거대도시 서울의 법조타운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동부구치소에서 철창 밖으로 흔드는 재소자의 손글씨가 처절합니다. 20일 넘도록 사실상 방치된 끝에 벌어진 재앙입니다. 그 사이 재소자들은 영치금으로 마스크를 사고, 그 돈도 없으면 헝겊으로 만들어썼다고 합니다. 아직 손에 쥐지도 못한 백신을 북한에 보내주자고 하면서, 정부는 예산이 없어서 마스크를 충분히 못 줬다고 했습니다.

"환자들과… 의사와 간호사와 모든 사람들은 침몰하는 배에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통째로 차단 격리된 요양시설 사람들의 처지는 차마 들을 수가 없게 비참합니다. 승객들을 가뒀던 일본 요코하마의 크루즈선을 세계는 '수상감옥'이라고 불렀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구치소와 요양시설은 '바이러스 배양접시'라고 할 비극적 지경입니다.

그 지경이 되도록 추미애 법무장관은 동부구치소를 일절 언급하지 않다가 총리 사과가 있고 나서야 찾아갔습니다.

올해 초 소년원에서 '엄마 장관'을 자처하며 세배 받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어제 또 이렇게 법원과 윤석열 총장을 거론했습니다. 직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지막까지 생각이 온통 어디에 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비극을 잉태했는지 이제는 깨달았을까요?

하지만 올 한 해 '살려주세요' 라는 비명이 터져나온 곳이 어디 '코로나 지옥' 뿐이겠습니까.

집값, 전셋값은 한없이 뛰고, 세금폭탄은 퍼붓고,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고, 날만 새면 편가르기와 증오의 삿대질이 난무하고…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와 '후안무치'. 그게 바로 올 한 해를 각자도생으로 버티고 살아낸 국민이, 아수라 정치판을 바라보는 마음일 겁니다.

12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살려주세요 2020'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