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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이낙연, 사면 카드로 한달 뒤엔 웃는다고?

등록 2021.01.05 11:32

수정 2021.01.05 14:08

[취재후 Talk] 이낙연, 사면 카드로 한달 뒤엔 웃는다고?

/ 연합뉴스

"1달 뒤에 누가 웃는지 생각해 봐라. 손익계산서 한 번 따져봐라"

더불어민주당 측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 역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꺼낸 사면 카드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2017년 추운 겨울, 매 주말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른바 '사면' 이슈로 1달 뒤에 웃을 사람은 '이낙연'이라고 전망했다.

■ 보수 진영 자중지란 유발 속…재보궐 승리 카드?

이달 14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다. 이후 보수 진영으로부터 사면 주장이 제기될 것은 자명한 수순이다. 이보다 보름 먼저, 그것도 야권이 아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사면을 먼저 꺼내고 나선 건 분명한 이슈 선점이다.

특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9명이나 각축전을 벌일 조짐인 야권 후보들이 각자 사면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가 관심이다. 극우 세력과는 선을 그어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어떨지, 5일 출마 선언을 하는 '개혁세력' 오신환 전 의원은 어떨지. 적어도 앞장서서 사면을 외칠 수는 없을 거란 딜레마와 함께, 보수 진영 간 이른바 '커밍아웃' 논란을 맞닥트리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꺼낸 뒤 침묵에 들어간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형 확정 이후 보수 진영 내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동안,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경기부양 정책으로 재보궐 선거 승기를 잡으면 되는 수순이다.

■ 이재명에 쏠린 보수·중도표 잡아라?

그러나 사면은 이 대표의 당 대표적 역량 만을 위한 카드는 아닐 것이다. 짧게는 재보궐 선거 승리를 염두에 뒀을지라도, 길게는 본인의 대선과도 직결되는 카드였으리라 짐작해 본다.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전국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밀려 오차 범위 내 2위에 그쳤다.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호남에서만 44.3% 압도적 지지를 얻었을 뿐, 충청·강원 등 캐스팅 보트 지역이나 영남권에선 모두 이 지사보다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더 눈길을 끈 건 이 지사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야권 유력 후보인 윤석열 검찰총장보다도 2.2%p 차로 앞섰다는 점이다. 이 지사의 보수·중도층 표심을 단순히 '역선택'이라고만 볼 순 없는 이유다.

이 와중에 나온 이 대표의 사면 카드가 한 달 뒤 여론조사 성적표를 다시 흔들 수도 있을 거란 얘기다.

■ 나흘 새 사면에 붙은 조건들…성과보다 이슈로?

사면은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로만 십수 년을 지내온 행정가의 2021년 첫 정무적 판단이었다.

이 대표는 이미 한차례 '국정조사'라는 정무적 판단으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사면 역시 현재 시점에선 자충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표 측 역시 사면안을 꺼낸 직후만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2차례 면담에서 교감을 이뤘다"고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가 직접 "교감은 없었다"고 사실상 수습했다.

사면 언급 이틀 뒤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4일 한 방송 출연에선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 대해 "질책도 달게 받는다"고 에둘러 사과했다. 이어 "제 이익만 생각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치적 계산이란 지적에 항변했다. 이 대표의 사면 언급은 나흘이 지나오면서, 조건이 많이 붙었고 수위도 많이 완화됐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 대표는 2021년엔 성과로 증명할 것"이라고 했었다. 첫 단추로 공수처법 통과를 꿰었다고 했고, 이어진 개혁 입법 과제 수행과 코로나19 국난 극복으로 성과가 점철될 거라 전망했다. 그러나 거여 민주당의 입법 독주, 기립 표결 논란까지 일었고 코로나는 주춤할 기미가 당장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 대표로서 이낙연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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