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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與 여성의원들 사과없이 텔레그램방만 또 옮겨…野, '피해자 정치적 악용' 판박이

등록 2021.01.05 11:36

수정 2021.01.05 14:48

 ◆ 민주당, TV조선 보도 이후 단체방 대화방 또 옮겨

지난 2일 '취재후Talk'을 올린 이후 여권 관계자 몇 분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불편한 내용도 많았을텐데 저의 근황을 물으시는 정도였고, 싫은 내색도 안 하셔서 일견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TV조선 단독 보도 이후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또 다시 기존 텔레그램방을 정리하고, 다른 방으로 옮기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시면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도 단톡방 대화 내용에 대한 취재가 들어온다며 기존 카톡방을 정리하고 텔레그램으로 옮긴 바 있는데, 이번에 또 다시 똑같은 행태를 반복한 겁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구체적 대화 내용을 TV조선에서 보도할 수 있었던 건 자성을 원하는 당 내부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화를 보면 전체 의원 28명 가운데 피해자 혹은 피해여성으로 부르자고 말씀하신 분이 9분이나 계셨습니다. 반면 피해호소인, 피해호소여성으로 부르자고 하신 분이 9분,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분이 10분이었습니다.

당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5일장이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백번 양보해' 그런 말씀들도 사적으로는 나누실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대화 내용이 언론에 노출됐고,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당시 상황에 대한 해명 또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피해자 분의 손을 꼭 잡아주신다면 현재의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국민의힘, 또 다른 차원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정치적으로 이용

어제 국민의힘에서 초선 의원들 명의로, TV조선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피해호소인 주장 남인순 의원, 청와대에도 알렸는지 밝혀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그런데 현역 의원 신분이라면 저잣거리에서도 함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비유를 공당의 초선의원 단체 명의로 낸 것에 대한 의아함이 들었습니다.

"민주당 여성의원 28명이 속한 단체 카톡방에서 다른 여성의원들이 피해자로 쓸 것을 주장했음에도 남인순 의원 등이 피해호소인으로 쓸 것을 밀어붙였다"며 "만약 자기 딸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데 동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21대 국회 동료 여성 의원들의 가족들까지 공개적으로 들먹이는 게 온당한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차라리 "그 동안 힘들고 외로웠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힘이 돼 주지 못해 죄송하다, 동료 의원들이 사과할 수 있도록 우리도 돕겠다.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사과한다면 더 이상 이 문제(피해자 호칭)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정도로 하면 여성단체의 지지도 받았을 것입니다.

청와대와 무리하게 엮어 의혹을 제기한 뒤 밝히라고 하면,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까요? 청와대까지 언급하는데 여성단체가 해당 논평을 지지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공세의 취지와 저의는 알겠습니다만 김치찌개 재료로 된장찌개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를 '대청(對靑)' 공세의 소재로 활용하는 건 과거 민주당 일부 여성 의원들의 '카톡방 대화' 행태와 다르지 않습니다.

청와대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하면, 도리어 설익은 의혹을 제기한데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입니다.

이거야 말로 국민의힘이 논평에서 언급한 "명백한 사안마저 정략적으로 보는 그들의 시선"인 셈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연루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여성단체들은 피해자가 울부짖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새해에는 이런 슬픈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해봅니다. / 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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