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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확진자 0명이라는 北, 노동신문엔 '코로나 보도'만 2174건

등록 2021.01.05 14:30

수정 2021.01.05 22:22

[단독] 확진자 0명이라는 北, 노동신문엔 '코로나 보도'만 2174건

마스크를 쓰고 노동신문을 읽는 북한 주민들 / 연합뉴스

북한이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고 선전하는 것과 달리, 노동당 기관지의 코로나 관련 보도가 예전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보다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1년간 보도된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최초 보도가 나온 지난해 1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11개월여 동안 총 2174건의 코로나 관련 기사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6.3건 수준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특히 국제 상황을 제외한 순수 북한 내부 동향을 보도한 기사는 322건으로 나타났는데, 공휴일을 빼고 거의 매일 북한 내 코로나 동향 기사가 나온 것이다.

이는 국내보다 해외 재난 사례를 주로 보도해온 북한의 보도 행태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코로나 전파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두려움과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 교수는 "감염병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 원칙은 폐쇄성과 비공개성을 원칙으로 한다"며 "북한은 정책적으로 인간 대상 전염병의 자국 내 확진 사실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기존 감염병 발병에 대한 보도는 신종플루(H1N1)가 유행하던 2009년 12월 9일, 평양과 신의주에 확진 환자가 9명 발생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기사가 유일하다.

노동신문은 2003년 사스를 비롯해 2014년 에볼라, 2013-2015년 메르스 등이 유행할 당시 해외 발병 소식과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당국의 검역 조치 소개는 했지만 발병 보도 없었다.

오히려 사스가 유행한 2003년 5월 7일에는 국가위생검열원장이 북한에는 사스 환자가 1명도 없다고 발표한 데 이어 5월 18일에는 보건제도의 '우월성'을 선전했다.

다른 전염병과 달리 코로나19에 유독 집중하는 북한은 최근 백신 확보에도 힘을 쏟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최근 유럽 국가의 대사관에 코로나 백신 확보하는 방안을 문의했다"면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관련 신청서도 제출했다"고 4일 보도했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확진 사례도 WHO에 보고하지 않은 북한이 백신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북한 내부에 이미 상당한 규모로 코로나가 전파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 수천km에 달하는 국경이 맞닿아 있어 감염자가 아예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회주의 사회에서 감염병이 돈다는 것은 통제 실패, 즉 체제 선전에 큰 타격을 의미하기 때문에 '확진자 0명'이란 통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코로나 보도를 분석한 남 교수의 '노동신문을 통해 본 北 코로나 실태' 논문은 다음달 한 학술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 구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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