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착한 당신

등록 2021.01.06 21:52

수정 2021.01.06 21:56

밤길을 운전하던 시인이 고라니를 칠 뻔했다가 그 눈빛에 마음을 베였습니다.

"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 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진땀나는 일을 당하고도 착한 시인과 고라니는 서로 미안해합니다.

우리처럼 과격한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는 나라도 드물 겁니다. 쓰레기 종량제만 해도 전국에 일사불란하게 도입한 나라는 우리 밖에 없습니다. 음식쓰레기 분리까지 정부가 날을 정해 지침을 내놓을 때마다 국민은 군말 없이 따랐습니다. 성가신 일을 참고 실천했습니다. 이렇게 순하고 착한 국민이 또 있을까요.

"힘든 세상입니다. 아파트값 좀 잡아줘요!"

어느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서 나온 수상소감이 우습고도 슬픕니다. "집값 내려간다는 말을 믿고 안 샀다가, 월세로 생활비를 탕진하며 화병이 났다"고 했습니다. "집 사지 말라"는 정부 말을 믿은 게 죄라면 죄입니다.

영업제한에 순응하던 업주들이, 들쭉날쭉 고무줄 지침을 참다 못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같은 성격의 시설인데 어디는 허용하고 어디는 막느냐는 벼랑 끝 외침입니다. 가뜩이나 1, 2주마다 바뀌는 방역지침에 국민은 혼란스럽고 피곤합니다. 그렇게 누적된 마음의 피로가, 그나마 공평하지도 않은 지침에 폭발한 겁니다.

코로나 사망자가 어제로 천명을 넘었습니다. 그중 절반이 11월 하순 이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곁에서 임종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한 명만, 그것도 모니터로 볼 뿐입니다. 장례 전에 화장부터 하는 모습도 먼 발치서 봐야 합니다.

"이분(환자) 제발 좀 전담병원 가게 해달라고 진료 주치의가 울며불며 얘기하고… 다들 쓰러지고 있고…"

침몰선 같은 요양시설에 정부는 뒤늦게 지원에 나섰습니다. 구치소를 '코로나 지옥'으로 방치해놓고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도리어 "교정시설 코로나 유입을 차단했다"고 자랑합니다.

코로나에 지친 삶과 타는 속을 달래느라 지난해 술 담배 소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저마다 안으로 삭이고 견디는, 참 무던한 우리 국민입니다. 가수 나훈아씨가 "말 잘 듣는 우리 국민이 일등"이라고 했듯 말입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 화나면 정말 무섭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1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착한 당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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